23일 주식시장 폭락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종합주가지수 700선마저 깨지자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추석 연휴 기간 미국 증시의 급락에 이은 유럽 증시 하락 등 세계증시 약세가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악재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증시 회복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이날 증시는 경의선 착공에 이은 북한의 혁신적인 신의주 특구 조성 방침 등 최근의 남북화해 무드도 전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장세였다.
▶외부 충격에 시달리는 증시
국내 증시는 내우외환에 직면해있다. 외풍도 거세지만 국내적으로도 상승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 다우지수의 8,000선붕괴와 미국증시의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런던, 파리 등 유럽증시의 폭락.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8월 중 미 산업생산 부진에 이어 연휴기간 중 발표된 미 주택착공실적도 전월대비 2.2% 감소하고, 고용상황이 악화하는 등 미국 경기 부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3분기 미국 기업 실적 악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크게 걱정해야 할 대목. 기업실적 조사업체 '퍼스트콜'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편입된 미국 기업 중 19일 기준 3분기 실적전망 수정치를 내놓은 213개 기업 가운데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110개(52%)로 상향 조정한 기업 45개(2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중동전쟁 불안감 등의 정치적 원인도 있지만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 악화가 전 세계 경기 불안으로 이어지며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 실적모멘텀 둔화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주가 상승의 유일한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할 기업 실적이 하반기에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동원증권은 23일 주요 상장, 등록 100개 기업의 하반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3분기의 평균 주당순이익(EPS)이 2분기에 비해 15.9%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철강, 반도체 업종은 비교적 선전하겠지만 화학, 자동차, 전력, 통신업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4분기에도 EPS가 3분기에 비해 3.5% 정도 감소해 실적 악화 현상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양증권도 이날 LG화학에 대해 4분기 실적 둔화를 전망하며 투자의견을 '시장중립'으로 낮추는 등 개별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기대치 하향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전저점까지 위협받을 듯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국내증시는 모멘텀, 주도주, 주도세력이 없는 3무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현재의 약세를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상무는 "전저점인 660선(8월6일)의 지지력을 테스트하며 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상당기간 동안 650선과 700선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대내외 여건상 전저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시장 전체 추이를 보며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펀더멘털이 나쁘지만은 않기 때문에 지수가 전저점을 깨고 내려갈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도 있지만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국내 경기의 회복은 내년 2분기나 돼야 가능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로선 연말까지 630선대의 박스권 하단부에서 최고 750선대 사이를 오가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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