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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기러기아빠의 가시고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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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기러기아빠의 가시고기 사랑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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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농촌이나 지방을 떠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서울에 와도 문제다. 과외비와 학원비로 버는 것을 다 써도 모자란다. 과외와 학원수강도 아무데서나 하면 안 된다. 유명 학원과 강사들이 몰려있는 강남지역에서 해야 한다.여기서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 부동산 투기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평당 5,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농촌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온 재산을 팔아도 아파트 몇 평을 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의 교육열은 해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경쟁이 하도 치열하여 웬만한 아이들은 비싼 학원수강이나 과외수업으로도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 그 돈이면 해외에서 좋은 교육받고 유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여 너도나도 해외로 아이들과 가족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혼자 직장 생활을 하는 기러기 아빠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교수, 의사, 기업임원 등 해외에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가졌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직업과 직급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고 있다. 직장에 따라서 직원의 10% 이상이 기러기 아빠들인 곳도 흔하다.

가족을 보내고 혼자 살아야 하는 가장들의 삶은 실로 고달프다. 가정을 잃고 어깨가 처진 모습으로 직장에서 일에만 매달린다. 퇴근을 하면 몇 평 안 되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거나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러기 아빠들의 삶이 보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자식들이 유학에 성공하여 국제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식들이 해외에 가서 적응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이건 얼굴은 한국인인데 머리는 외국인인 국적불명의 사람이 되기 쉽다. 그리고 부모의 희생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삶을 찾아 유유히 떠난다. 그러면 기러기 아빠들은 그렇게도 품에 안고 싶었던 자식을 잃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다. 새끼의 부화를 위해 온갖 힘을 쏟다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내놓는 가시고기의 자식 사랑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기러기 아빠들이 겪는 시대적 아픔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잘못된 교육제도에 있다. 교육은 국민의 4대 의무이다. 그렇다면 교육제도는 정부가 어떠한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올바르게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교육을 사교육에 맡겼다. 그리고 교실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학원이 교육의 본산이고 학교는 졸업장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현재 학생들을 해외로까지 내몰고 있는 사교육비는 총 20조원에 이른다. 이 돈을 공교육을 살리는데 쓰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들을 갖출 수 있다. 외국어도 해외에 가서 사는 것 못지않게 잘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정부는 왜 이를 외면하고 교육의 붕괴를 방치하는가?

또 중요한 것은 대학의 발전이다. 대학마다 등록금 의존율이 70%가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해외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대학에 대한 투자가 나라 장래를 위한 전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대학에 대한 투자가 더욱 시급하다. 기업은 대학졸업생들을 사원으로 채용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발전을 하려면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당연히 대학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연수원을 짓는데 수백 억원을 쓰면서 대학에는 몇백 만원도 안 내놓는 기업주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해외에 갈 필요 없이 세계화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의 마련이 기러기 아빠들의 아픔을 씻고 올바른 나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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