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원희룡(元喜龍·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서울고·지검 감사에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문건을 공개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원 의원이 이날 국정원 내부문서라며 공개한 '지역분석 작성 시 참고사항'이란 제목의 2쪽짜리 문건에는 "공동여당 인물 중 당선 가능자가 없을 경우 지역연고 등을 감안, 경쟁력 있는 제3의 인물을 추천한다"는 등의 업무지시 내용이 적혀 있다. 문건은 과장과 기획관이 관련자료를 직접 작성하고 현 단계에서 당선 유력자를 표기하며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되 (1999년) 9월30일까지 보고토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원 의원은 "99년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이 16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분석을 실시, 보고토록 명령한 문서"라며 "이는 통상적 정보수집활동을 넘어선 정치개입행위로 국정원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건 작성 시점은 여권이 16대 총선을 위해 99년 9월10일 창당 발기인 모임을 갖는 현 민주당 창당을 준비하던 때"라며 검찰의 즉각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천용택 의원은 "국정원장 재임 중 정치적 목적을 갖고 지시하거나 일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정원측도 "국정원은 법에 따라 정치개입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데 출처불명의 문건을 갖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측은 또 "문건 작성시점을 99년9월께라고 주장하나 문건 상단에 찍힌 팩스 전송시점이 97년1월5일인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은 답변에서 "문건 출처와 작성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 위반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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