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진보진영의 폭력성을 문제삼은 문부식(43) 당대비평 편집위원의 주장을 놓고 벌어진 이른바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이 학술대회로 토론의 장을 옮겨간다.문 위원이 1987년 경찰관 7명의 죽음을 부른 동의대 사태의 민주화운동 지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논쟁은 최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계간지를 통해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져 왔다.
27, 28일 연세대에서 제5회 비판사회학대회를 여는 한국산업사회학회(회장 서관모)는 27일 오후 1시 '국가파시즘과 우리 안의 파시즘'이란 별도 분과를 마련,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을 정리하는 집담회를 갖는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공제욱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씨가 80년대 치열했던 운동권의 분위기를 비판한 것은 단순히 자기 성찰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 국가폭력과 저항폭력의 문제를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개최 의도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진석(인하대 교수)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김진호(당대비평 편집위원) 조정환(문학평론가)씨 등 계간지를 통해 다양한 입장을 표명해 온 논객들이 참석해 발제 및 토론을 한다.
이중 김진석 교수와 조희연 교수는 문씨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으로 분류된다. '사회비평' 가을호를 통해 가장 먼저 비판의 포문을 열었던 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 미리 보낸 글을 통해 "어떤 행위도 폭력을 띠면 안 된다"는 식의 문씨의 주장을 공허한 도덕적 근본주의라고 규정하고, 폭력을 동반한 어떤 운동도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희연 교수는 현 시점에서 과거 진보진영의 폭력성을 문제삼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조 교수는 "과거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은 보수 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불가능했으나 최근 들어 아래로부터의 노력에 의해 그나마 진상규명 및 처벌과 분리된 명예회복 및 보상이 별개로 추진되고 있다"며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연루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죽음'을 촉발한 것에 대해서 성찰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자고 한 것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지만, 이는 민주개혁이나 과거청산의 결과로 생겨난 새로운 과제로 파악되어야지 현재 불철저하게 진행되는 민주개혁이나 과거청산 과정 자체의 '과잉'을 지적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김진호 위원은 문씨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설 예정. 그는 "문씨가 근본주의적 비폭력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김진석의 주장)은 문부식 텍스트의 맥락성을 간과한 결과로 보이며, 그의 주장에서 실천의 선후에 관한 전략의 단초를 발견하려는 시도(조희연의 주장) 또한 무망한 작업으로 보인다"고 두 사람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동의대 사태를 안보 또는 민주화라는 명분에서가 아니라 희생자의 시선에서 읽어야 한다는 데 문씨의 핵심 논지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정환씨는 중간적인 입장에서 '우리 안의 파시즘' 논의가 발전적으로 전개되기 위한 과제를 주문한다. 조씨는 대의(代議)제가 정착한 현대 사회에서는 '권력의 폭력' '우리 안의 폭력' 비판 등 폭력/비폭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중이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권력으로부터 분리된 공동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발표자들은 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저항운동 역시 자신 안에 폭력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반성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우리 안의 파시즘론'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어 토론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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