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이다. 재외교포나 유학생이 많아 분위기도 자유롭다. 나도 유학생이지만 '02학번'의 한 사람으로서 과에 있는 '학회'에 참여해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놀란 것은 학생들이 부르는 '민중가요'였다. 모두 같이 주먹을 쥐며 '투쟁!'이라고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일본의 대학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학생들은 4·19를 비롯해 5월 1일 노동절에 기념행사를 벌이고 대학노조 파업에도 함께 참여한다. 많은 학생들이 자기 주장을 쓴 카드나 깃발을 가지고 모여,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일본에는 정치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한 친구가 내게 "그러면 일본에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거나 정치를 바꾸려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물었다.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 일본에서도 일찍이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민주화운동의 큰 힘이 되었던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학생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정치체제를 바꾸는 경험을 가지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가진 사회 의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 학생들에게선 일본 학생들에게서 볼 수 없는 '생생함'이 느껴진다.
요즘은 이런 정치 활동이 사그러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민주화가 달성된 지금 학생들의 정치의식도 변해 가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주변에서 보는 학생들은 대단하다. 단순히 옛날부터의 학생 기질이 계속해 남아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배들로부터의 오랜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미나를 열고 공부를 한다. 나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좋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다시 일본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경을 넘어와 한국과 일본의 다른 것과 비슷한 것을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사람 자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넘을 수 있는 것과 넘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한국, 그리고 나와 일본을 두고 앞으로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키노시타 다이스케 일본인 서울대 외교학과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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