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대신 소비주로 눈을 돌려라.'정보기술(IT)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10년 호황을 구가해온 미국증시가 오히려 IT관련주의 실적악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세계증시의 차기 주도주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IT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견지하면서도, 당분간 소비주 위주의 투자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술주 잇단 비중 축소 권고
기술주와 전체 증시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8일(현지시간) 5일 연속 하락하며 262.79를 기록했다. 1998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AMD 등 대다수 반도체주는 이날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부진 탓이다. 푸르덴셜 등 주요 증권사들은 "아직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하고 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조 오샤는 "미국 반도체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금 반도체주를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JP모건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대만증시 분석보고서에서 "하이테크산업의 향후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만큼 D램 반도체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업체 등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기업의 IT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내년말까지 매출부진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주 견고한 성장 지속
기술주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소비 관련주는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8월 이후 전세계 증시의 주도주가 IT업종에서 헬스케어(미국·유럽)와 소비·서비스 종목군(한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23일 이후 '모건스탠리 월드지수'로 주요 업종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세계증시는 4.98%, 헬스케어업종은 14.86%, 금융업은 4.82% 상승한 반면, IT업종은 4.3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증권은 기업의 IT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진 새로운 성장 프리미엄이 있는 고급 생필품, 건강과 영양을 고려하는 기능성 필수 음·식료, 환경개선과 관련된 리모델링시장, 외식문화 성장에 따른 식자재업 등 소비업종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최근 소비주의 상승 경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제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장기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소비주의 시장 지배력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우재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저축보다 소비를 우선시하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 소비주의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 5일 근무제의 확산과 레저, 관광 등 소비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 고조로 소비주가 기술주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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