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의주 특구/초대장관 양빈 임명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의주 특구/초대장관 양빈 임명 배경

입력
2002.09.24 00:00
0 0

북한이 화교 재벌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 그룹 총재를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데는 원활히 외자를 유치해 신의주 특구를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북한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특구지정 등 북한식 경제개혁을 반신반의의 눈길로 바라보는 서방을 향해 신의주 특구가 완전한 자본주의 특구임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하다.이런 분석은 양빈 총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楊 총재는 23일 CNN과의 회견에서 "신의주 특구는 완전히 자본주의 경제 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과 특구지정 문제 등을 깊숙이 논의해온 그의 이전 행보로 미뤄 이 발언은 향후 신의주 특구 운영에 관한 북한 당국의 진의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신의주 특구는 북한 중앙 정부의 간섭이 배제된 채 독자적인 입법, 사법, 행정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이 결코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북한 당국이 축적된 자본이 없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 특구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00% 외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경제관료나 정치인이 아닌 외국 자본가를 불가피하게 선택했다는 풀이다. 楊 총재도 자신의 임명 배경에 대해 "나는 민족적으로 중국 출신이고 유럽연합의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정부와 친밀한 유대를 갖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북한 당국은 楊 총재가 직접 전권을 행사하면서 화교 및 중국, 유럽 자본을 유치하고, 특구의 인프라 건설을 책임져주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양 총재가 중국 정부, 특히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가까운 사이 여서 북한당국이 이견을 조율하기 용이한 상대라는 점을 발탁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중국의 쑤저우(蘇州) 개발 방식과 비교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上海) 인근 쑤저우 일부를 싱가포르에 넘겨 '쑤저우 공업원구'를 건설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면서 200억 달러를 투자, 총면적 70㎢의 공단 개발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아울러 젊은 화교 자본가의 초대 행정장관 임명에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스타일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신생 특구의 책임자로 30대 외국인을 임명하는 전무후무한 '깜짝인사'를 단행,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대외개방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번 인사 소식이 특구 설명회 참석차 방북한 외국언론을 통해 긴급 타전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金鍊鐵)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번 인사는 북한 당국이 지금껏 취한 개혁 개방조치 중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개방의지를 대외에 과시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양빈 누구인가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장관에 임명된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 그룹 총재는 출신은 중국이지만 네덜란드에서 본격으로 사업을 시작해 중국에서 기업을 일군 신흥 사업가이다.

초대 장관 내정 가능성은 22일 그가 미국 CNN과 영국 BBC 방송, 주간지 타임,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외신 기자들을 전세기에 대동하고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로 떠나는 모습에서 이미 짐작됐다. 楊 총재의 임명에는 지난 해 1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의 추천도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인 1984년 네덜란드로 이민해 94년 화훼 생산·유통 업체인 어우야를 창업한 楊 총재는 그룹 창업 직후 중국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큰 돈을 모았다. 경제지 포브스가 이달 초 발표한 '세계 40세 미만 40대 부호' 명단에서 중화권 11명 중 2위를, 세계에서는 15위를 차지할 정도의 거부 대열에 올라 있다. 북한과 가까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기반을 둔 어우야 그룹은 농업과학 설비, 농업기술 개발, 농산품 가공생산은 물론 부동산, 여행업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재벌 기업이다.

楊 총재는 북한이 신의주 개발을 위해 접촉하는 해외 기업인 중에서도 가장 '큰손'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부터 북한 당국과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신의주에 4,000만∼5,000만 위앤(60억∼7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투자 합작은 지난해 7월 4일 평양원예총회사와 함께 채소와 화초를 재배하는 '평양-유럽·아시아 합영회사' 설립 조인식을 가지면서 본격으로 시작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내에서 놀이동산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일반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복합산업단지 조성도 북한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