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를 경제특구로 만들어 외국인에게 입법의회 진출 자격까지 부여하겠다는 북한의 발표를 보면서 얼마전 있었던 우리의 '동북아 경제특구법' 공청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종도 등에 적용될 경제특구법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이날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제특구에서 생리휴가를 비롯한 몇몇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미 노동단체 등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한 터였다.아니나 다를까. 참석자 중에 한 사람이 재정경제부 당국자에게 "아니,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외국기업에게 그런 특혜까지 주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경부 당국자는 그 발언자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선생님은 아쉬운 게 없습니까? 저는 아주 많습니다. 아쉽다 못해 절박합니다"라고 답했다.
공청회가 끝난 후 사석에서 그 당국자는 "개인적으로 향후 10년이 지나면 대규모 고용을 유발할 만한 국내 산업기반의 상당부분이 와해될 것으로 본다"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제특구 자체, 그리고 그 절박성에 대해 넘기 어려운 인식차이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한 현실의 벽 때문일까. 정부는 경제특구에 대한 노동관계법 배제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경제특구라 하더라도 무제한의 자유와 특혜가 주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특구(特區)라는 명칭에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관련 이해 단체들이 이러한 특별성 자체를 부정한다면 특구는 존재이유가 없다.
북한의 파격적인 신의주 특구 구상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이제 북한에게도 그만큼 절박하다는 암시이다. 그러나 상하이와 싱가포르, 홍콩 등과 함께 또다른 차원의 투자유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사정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인철 경제부 차장대우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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