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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개인전/둥근 얼룩 점점이… 삶·죽음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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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개인전/둥근 얼룩 점점이… 삶·죽음 교차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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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는 얼룩처럼 둥근 자국들이 점점이 뿌려져 있을 뿐이다. 때로는 뒤로 침잠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명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는 이 자국들은 은은한 금빛의 화면과 어울려 보는 이에게 무한히 열린 공간으로 다가온다. 되도록 최소의 요소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차가운 이성이 우선하는 이른바 미니멀한 계열의 작품이지만 화가 정현숙(46)씨의 그림에서는 서구적 이성을 앞서는 동양적 서정이 짙게 느껴진다.정씨의 열번째 개인전이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 화랑(02―544―8481∼2) 초대로 열린다. 최근 추구해온 타시즘(얼룩화)의 세계를 20여 점의 근작으로 집약해 선보인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원형질의 세계 같기도 하고, 동서양의 회화나 조각에서 공히 발견되는 광배 같기도 한 이 자국들은 정씨에게는 혜안(慧眼)의 상징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눈, 작업을 계속하면서 내가 그린 동그라미들이 그 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작품의 작업과정은 그러나 치밀하다. 그는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무명 천을 재료로 쓴다. 어두운 물감으로 바탕을 칠한 후 펄 성분이 든 안료를 그 위에 떨어뜨려 번지게 한다. 기존 동양화의 번지는 효과에서 착안했다. 그 위에 다시 금분과 은분, 적동분의 발광성 아크릴을 덧칠하고 얼룩 같은 자국들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꺼져가는 빛의 형상과 선명하게 드러나는 빛의 형상이 교차하는 세계이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 순환하는 듯하다. 평론가 고충환씨는 "작가가 번짐 효과로 창조한 원형의 형상은 생명의 순환원리를 잉태한 거대한 자궁, 혹은 우주를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정씨는 이화여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창작미술상, 한국미술작가상을 받으며 유망 작가로 떠올랐다. 최근 시카고, 쾰른 등 유명 해외 아트페어에서 잇달아 100호 크기 대작을 판매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도 다시 확인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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