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23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런던에서 작고했다. 83세였다. 프로이트는 인류 지성사에서 흔히 코페르니쿠스, 다윈과 함께 거론된다. 세 사람은 전공 영역은 서로 달랐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인류에게 축복이랄 수도 있고 저주랄 수도 있을 거대한 지적 혁명을 이룩했다.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인류를 우주의 중심에서 추방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지웠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통해 인류는 결정적으로 왜소화했다. 사람은 자신의 주체적 선택에 따라 행동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 밑 깊숙이 숨어있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에 얽매여 있다고 프로이트는 단언했다. 그는 인간의 불합리한 내면에 처음으로 이성의 빛을 비추며 그 불합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쓴 사람이었지만, 그 애씀을 통해서 인간으로부터 자유 의지, 선택, 책임감, 결단 같은 도덕적 개념들을 솎아내 버렸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마음의 병을 다뤄온 성직자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서 정신분석의(精神分析醫)라는 새로운 직종을 탄생시킨 프로이트주의는 20세기 내내 마르크스주의와 지적 헤게모니를 놓고 격렬히 다투었다. 프로이트도 마르크스도 결정론자에 가까웠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 결정하고 결정되는 인과의 사슬 맨 왼편에 생산력이 있었다면, 프로이트가 보기에는 그 곳에 성욕(리비도)으로 대표되는 무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해내는 것, 소유하고 싸워내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고 마르크스가 분명히 얘기했듯, 프로이트도 인간을 마냥 성욕의 노예 상태로 버려두지는 않았다. 리비도는 이성(자아)의 통제를 받아 문화 창조의 원동력으로 승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고종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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