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4시 KBS 1TV에서는 2시간 동안 역사적인 생중계가 펼쳐졌다.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남한 KBS교향악단이 북한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민족의 명절 추석 맞이 남북교향악단 연주회'를 연 것. 비록 위성중계 탓에 음과 영상이 잠시 끊기는 등 기술적 결함은 있었지만 남과 북의 합동공연 열기를 잠 재울 수는 없었다.
이날 방송은 봉화예술극장―중계차―북한 체신청―위성―광화문 KT―KBS를 통해 남한 전역에 생중계됐으며 똑 같은 내용이 북한 전역에도 생중계됐다. 카메라 8대와 부조정실 등 장비는 북한 것이었고 스태프는 남북 합동팀이었다. 이번 KBS교향악단의 방북은 2000년 8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연주회 사회를 맡은 황수경 KBS아나운서와 백승란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비록 깊게 패인 드레스와 한복이라는 옷 차림은 달랐지만 시종일관 다정한 대화로 남북화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특히 백 아나운서는 "우리 둘을 친동생 친언니로 불러 무엇이 흠이 되겠습니까"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총 3부로 구성된 합동연주회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제1부, KBS교향악단의 제2부, 남북 합동공연의 제3부로 이뤄졌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제1부의 압권은 만수대예술단원인 피아니스트 김근철의 피아노 협주곡 '백두산의 눈보라'. 비록 무대에 오른 그랜드 피아노는 귀퉁이가 까진 오래된 악기였지만 그는 박진감 넘치는 연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휘자 김병화씨가 악보도 없이 지휘한 관현악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는 추석 명절에 잘 어울렸던 레퍼토리.
남측이 마련한 제2부의 하이라이트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협연한 사라사테 작곡의 '카르멘 환상곡'. 장영주는 전날 KBS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 합동공연에서는 '지고이네르바이젠'과 '타이스 명상곡'을 연주했다.
남측 지휘자 박은성씨는 "남북한 음악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00여명 규모의 교향악단이 평양 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공연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라는 뜻에서 작은 물줄기가 큰 강을 이루는 풍경을 묘사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 강'을 골랐다"고 말했다.
장영주는 1부와 2부 사이에 방송된 인터뷰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KBS교향악단과 첫 평양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북측 지휘자 김병화씨는 "남녘 동포들의 심정이 그대로 전달된 성공적인 연주였다"고 즐거워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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