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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초자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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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초자 "고진감래"

입력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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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핍경영을 통한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꼽혀온 브라운관용 유리벌브 제조업체 한국전기초자가 마침내 허리띠를 풀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졸라매기식 경영에 이은 푸짐한 복지경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이제는 회사뿐 아니라 사원들도 대만족하는 기업이 된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사망선고를 받았던 한국전기초자는 '구조조정 전도사'로 불리던 서두칠(徐斗七·63·오른쪽) 전 사장(현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하던 1998∼2001년 '인력감축 없는 구조조정'에 성공, 초우량기업으로 되살아났다.

서 전 사장의 구조조정 방식은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 대신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수출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 그 결과 회사는 살아났지만 직원들에게는 영일이 없었다. 과장급 이상 간부의 경우 일요일은 커녕 명절연휴 때도 근무했을 정도.

그랬던 서 전사장은 최대주주인 일본의 아사히글라스의 "생산량을 줄여 시장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다 지난해 7월 자진 사퇴, 한국전기초자의 위기는 재연되는 듯 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가 박순효(朴淳孝·65) 한진무역 전 대표. 박 사장은 6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리벌브를 수입하며 아사히글라스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인물.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적당히 쉬어야 능률도 오른다"고 외치며 우선 임직원들의 근로환경에 손을 댔다. 간부들의 휴일을 철저히 보장하고, 사내 동아리에 대한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 전 사장 시절에는 간판을 내건 동아리가 전무했지만 현재는 10여개의 동아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올들어서는 부부동반 해외여행제도를 부활, 10년 15년 20년차 직원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3박4일 중국여행을 보냈다. 서 전 사장 시절의 한국전기초자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사치'다.

시장 상황도 우호적으로 돌아가 박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더욱 빛을 냈다. 평면TV가 TV시장의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고급형 브라운관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

전기초자의 올 상반기 매출은 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은 369배로 상장사중 4번째였으며, 올해는 2년 연속 무차입경영을 달성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초자 관계자는 "'서두칠표 구조조정'의 토대 위에 박 사장의 '복지경영'이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 한국전기초자는 '일할 맛 나는 우량기업'으로 거듭 태어났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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