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出山)―추석을 보내고이제하
이누무 세상, 하고 숲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몇 해 만인지
산을 내려온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쑥 송편 냄새를 맡았던 걸까
개중에는 막 물이끼 서린 냇가의 댓돌 같은
까까머리 스님도 두엇 끼어있다
중턱에서 좀 쉬지, 숨을 고르느라
일제히 그들이 걸음을 멈춘다
안개가 스며드는 한나절
산도 발 아래 바다도 조만간 사라진다
하늘이여
내 꿈도 생시도
늘 이대로 설레게 하소서
●시인의 말
올 추석은 혼자 보내기로 작심하고 보니, 명절 때나마 귀향길 끌어다 놓고 새삼 설레고 어쩌고 하던 습관들이 피안 저쪽의 일인 양 아득하다. '그 정도 설렘도 없이 어떻게 나머지 세월을 견뎌…' 싶은 막막함이 아마도 이런 글을 끄적이게 했을 것이다.
●약력
1937년 경남 밀양 출생 1957년 '신태양' 신인문학상에 소설 '황색 강아지 당선'·1958년 '현대문학'에 시 '노을' 등으로 추천 완료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 '빈 들판' 소설집 '초식' '유자약전' '용' 장편소설 '광화사' '진눈깨비 결혼' 등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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