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시드니올림픽의 아쉬움을 씻고 싶습니다."한국 사이클의 간판스타 조호성(29·서울시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포인트레이스서 메달획득에 실패한 뒤 4개월이 넘도록 방황했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1년6개월이상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를 외롭게 떠돌며 전지훈련을 했던 그였다. "4위에 그쳐 솔직히 실망이 컸다"는 그는 경륜선수로의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생활을 유지키로 마음을 바꾼 까닭은 부산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0년 토리노 월드컵대회서 한국선수 최초로 세계대회를 제패했던 그는 지난달 15일 일찌감치 경기장소인 금정 벨로드롬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매일 6시간의 맹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주종목인 30㎞ 포인트레이스와 이번 대회 새로 채택된 2인1조의 매디슨(Madison·60㎞) 경기, 4,000m 단체전 등 3종목에 출전 예정인 그는 "경기 당일 큰 변수만 없다면 무난히 3관왕을 차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자신한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카자흐스탄의 세르게이 라프레넨코. 조호성은 98년 방콕대회서 경기중 타이어가 터지는 불운으로 그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큰 대회에서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올림픽서의 실패는 오히려 특효약이 됐다. "올림픽 이후 조급한 마음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그는 "눈앞의 목표에 충실하면 2004년 올림픽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15년의 선수생활동안 45만㎞ 이상을 달렸다는 그에게 사이클은 인생의 목표이자 가장 큰 취미이다. 이관선(50) 대표팀 감독은 "선수로서는 흠잡을 데 없지만 사이클에 미쳐 아직 여자친구도 없다는 게 큰 걱정" 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사이클 선수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스포츠맨이에요. 세계정상에 오르기 전엔 아마추어 생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아시안게임 3관왕은 조호성이 달리는 인생대로의 중간휴게소에 불과해 보인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