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백신 접종은 영·유아기뿐 아니라 평생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 백신(Vaccination for all Life Stage)'을 주제로 8∼10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백신 심포지엄'(주최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에서 발표자들은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보건 성과로 꼽히는 백신은 앞으로 보다 넓은 연령층과 질병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은 26종. 천연두, 소아마비가 백신으로 극복된 대표적인 질병들이고 영·유아 중심의 폭 넓은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gsk의 휴 보거트 마케팅 부사장은 "20년 전에 비해 백신의 대상이 훨씬 넓어졌고 최근엔 어린이뿐 아니라 일생 접종될 백신을 개발중"이라며 "특히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백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회사들이 '평생 백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청소년기 이후 감염 가능성과 질병의 부작용이 오히려 큰 질병이 있는 데다가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면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의 범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경험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 '입맞춤 병'으로 불리는 엡스테인-바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미래에 접종될 유용한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gsk, MSD등이 경쟁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수년 내 상품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소년에게는 MMR(볼거리, 홍역, 풍진), DT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의 추가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정도다.
성인용 백신의 관심사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백신. 현재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임상시험중인 에이즈 백신은 예방과 치료를 겸한 '치료용 백신'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또 단순포진은 어린이보다 성인이 감염됐을 때 통증이 매우 커 모든 연령층을 겨냥한 백신으로 개발중이다.
노인들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가 쉽다. 때문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매년 접종, 독감을 예방하는 게 좋다. 노인들에게 잘 걸리는 호흡기 바이러스와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도 다양하게 연구중이다.
해외여행을 염두에 둔 '여행자 백신'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현재 6개월 지속효과가 있는 말라리아 백신이 임상시험 중으로 2007년께 상품화할 예정이다.
'평생 백신'으로 갈수록 백신은 '혼합 백신'(여러가지 질병에 대해 한꺼번에 면역이 가능한 백신)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필요한 백신의 숫자가 늘고 일생 맞아야 한다면 접종방법은 보다 간편해져야 하기 때문. 현재 나와있는 DTP에 B형 간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뇌막염, 소아마비 등을 추가로 혼합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연구중이다. MMR에 수두 백신을 혼합한 MMRV 백신이 임상 막바지에 있어 2005년 출시될 전망이다.
gsk의 백신 전문가인 프란시스 안드레 박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20초마다 11명이 감염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며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등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치료 이전에 예방한다는 점에서 이득이 크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희원기자 hee@hk.co.kr
■ 백신이란
백신은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사망률이 40%에 달했던 천연두를 치료하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을 약하게 만들어 주사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항체를 형성,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한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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