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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이종규 부산롯데호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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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이종규 부산롯데호텔 사장

입력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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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목표를 잘게 썬 꿈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꿈이 없다면 무슨 의미로 살아갑니까."(주)부산롯데호텔의 대표이사인 이종규(李鍾奎·58) 사장은 고졸학력으로 상장사 CEO에 오르기까지 매순간 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장의 성공신화는 몸에 밴 성실과 노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자서전 '인생은 공짜가 없다'에서도 그는 "월급쟁이로 인생의 길을 걸어오면서 성공에 연연하지 않았고 다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사장은 경남 창녕에서 6남매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숙명과도 같은 가난 속에서 '꿈을 갖는다'는 것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처절한 상황이었다. 농사꾼이 되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나무지게를 져야 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1년씩 쉬며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상업학교를 나오면 취업이 쉽게 된다'는 주변의 말에 무작정 도시(마산)로 달려가 상업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고등학교 생활부터 그의 성실과 노력은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기 시작했다. 교내 은행업무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푼두푼 모아 학비를 댔고, 수학여행을 포기한 돈으로 주판을 마련해 주산기능시험에서 1급자격을 따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에 입대한 그는 "먹고 자는 걱정없이 지낼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제대 직후 1968년 6월 입사한 롯데제과는 그의 꿈이 한껏 피어난 본무대였다. 상고를 졸업한 경력으로 그는 경리부에서 회계장부와 씨름하면서 13년의 세월을 보냈다. 돈이 아까워 담배를 피지 않았고, 시간이 아까워 다방출입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자기절제에 철저했다.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고 시종일관 성실한 자세로 일한 대가로 그는 입사 21년만에 이사직에 오를 수 있었다.

한때 큰 시련도 겪었다. 이사로 승진한 지 2년째 되던 1991년 그는 23년 다닌 회사에 사표를 써내야 했다. 시장전망을 논의하는 경영회의 석상에서 사장의 무리한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 문제가 되어 타의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그는 좌절의 순간에도 결코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런 그를 신준호 그룹 부회장이 다시 받아들여 호텔롯데 상임감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고졸 출신의 말단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29년만인 1997년 그는 샐러리맨들의 최고 꿈인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그에게 맡겨진 회사는 연간 93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던 롯데삼강.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는 다시 꿈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문에도 가보지 못한 밑바닥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니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습니다. 주어진 회사를 초일류의 정상기업으로 만들어 그룹에 보답하고 명예롭게 은퇴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각오로 노력한 4년간 성적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2000년 회사는 300억여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부채비율은 2,000%에서 71%로 낮아졌다.

올해 3월 부산롯데호텔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34년의 회사생활을 이제 마무리하는 심정처럼 마음을 비우고 있지만, 노력과 성실성만은 여전하다. 이 사장의 집무실에는 일반 직원들이 쓰는 것과 똑같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평사원시절처럼 일에 대한 열정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결같은 그의 성실성은 신체에 남다른 '훈장'을 남기기도 했다. "엉덩이 양쪽에 시커멓게 멍든 굳은살이 있습니다. 일에 파묻혀 지낸 탓인데 직장생활 34년에서 얻은 훈장이 아니겠습니까"라며 그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사장은 요즘 부산롯데호텔이 아시안게임의 공식호텔로 지정돼 더욱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호텔방의 절반을 채워줘야 하는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도 그가 직접 나서서 챙긴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지키며 작은 것을 실천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34년 회사생활의 다짐을 꾸준히 지켜나갈 것"이라는 그가 이제 또 어떤 꿈에 도전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사진 부산=이성덕기자

● 이종규 사장은 누구

1944년 경남 창녕

1965년 마산상고 졸

1968년 롯데제과 입사

1989년 롯데제과 이사

1997년 롯데삼강 대표이사

2002년 부산롯데호텔 대표 이사

● 부산롯데호텔 어떤 회사

부산롯데호텔은 1997년 롯데그룹이 3,500여억원을 투자해 부산 최고의 번화가인 서면 로터리에 세운 국내 최대의 호텔. 연건평 5만5,000평에 지상 43층 지하 5층 규모에 객실만 900여개에 이르고 11개의 국제회의장을 갖고 있다. 특히, 515평 규모의 8개국어 동시통역 시설, 빔 프로젝트와 레이저 투광시스템을 갖춘 대연회장 '크리스털 볼룸'은 부산을 국제도시로 완성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같은 완벽한 시설을 바탕으로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지원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본선 진출 32개국 선수와 관계자 등 4,000여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부산 역사상 최대의 국제 이벤트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동원된 인원만 웨이터와 조리사 안내도우미 등 727명에 달했고, 사용된 비품이 트럭 80대분에 달했다.

올해는 부산아시안게임의 본부호텔로 지정됐다. 각종 행사 유치로 호텔사업 부문에서 25억원, 그밖에 선수촌 식당 운영 등을 통해 83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507억원의 매출에 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최대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올들어 크게 줄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종규 사장을 필두로 유치단을 구성해 올해 초 일본 전역을 돌며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난국 타개를 위해 일본과 동남아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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