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품권에 비해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훨씬 많은 데다 소액결제 기능까지 겸비한 정유·통신업체의 '하이브리드(복합)' 상품권이 그동안 백화점 상품권이 장악해온 상품권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22일 국내 최대 통신업체 KT와 SK(주), LG칼텍스정유 등 주유회사에 따르면 올 추석을 전후로 KT 월드패스카드, SK상품권과 LG주유상품권 등의 판매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T가 3월 내놓은 선불형 상품권 월드패스카드의 경우 8월말까지 누적 판매액이 720억원에 그쳤으나 9월 들어 한달도 못돼 판매액이 200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1,000억원인 당초 목표를 50% 이상 뛰어넘는 1,500억원의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체 주유상품권의 판매액도 급등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동 사채시장에서 10만원 기준으로 백화점 상품권은 9만6,000원에 팔리지만, 주유상품권은 그보다 1,500원 높은 9만7,500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주유상품권 시장 규모도 지난해( 6,200억원)의 두 배인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전체 상품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7%에서 17% 가량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상품권의 폭발적 인기는 쓰임새와 기능의 다각화로 현금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와 LG 주유상품권의 경우 이름만 '주유 상품권'일뿐 웬만한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물론이고 놀이공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주유 상품권은 유통마진이 백화점 상품권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에 따라 주유 상품권은 백화점에서 사용되지만 백화점 상품권은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전화 '선불카드'로 시작한 KT 월드패스카드도 신용카드 결제기능이 추가되면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LG주유소와 인터넷쇼핑몰 바이앤조이, 롯데닷컴 등을 포함해 전국 5만여 점포에서 소액결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광화문 일대와 KT본사가 위치한 경기 성남 분당 일대에서는 음식점이나 구멍가게에서 KT상품권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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