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암도 예방한다! 거짓말 같은 백신의 비상(飛上)이 미래엔 가능하다. 아직은 연구 수준이지만, 암이나 에이즈 등 난치병을 예방할 수 있고 치료도 겸한다는 매혹적인 '치료용 백신'의 개념이 열리고 있다. gsk는 이를 '파맥신(pharmaceutical과 vaccine의 합성어)'이라고 이름 붙였다. '치료용 백신'은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치료 자체가 매우 고통스러운 난치병을 미리 막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다.백신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백신:현황과 도전'에 대해 발표한 몬세프 슬라우이 gsk 개발 수석 부사장은 "치료용 백신은 에이즈, 암,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 광범위한 만성질환(면역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일부는 개발가능성이 확인돼 임상시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gsk는 에이즈와 소세포성 폐암에 대한 치료용 백신의 임상실험에 돌입했다.
생명공학기업인 젠엔텍은 '허셉틴(herceptin)'이라는 유방암 백신을 개발중이다. 피부암에 대한 백신 역시 실험실 수준에서 암세포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감염질환이 아닌 난치병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슬라우이 부사장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와, 특정 단백질을 확인, 추출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이라는 두가지 중대한 발견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즉 치료용 백신의 원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대신 우리 몸 속에서 면역체계 교란을 일으키는 잘못된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상세포와 달리 피부암세포에만 나타나는 단백질을 확인한 뒤 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처리해 몸 속에 주입한다. 그러면 적절하게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았던 T세포나 B세포가 작동, 면역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정상세포는 온전히 보존되므로 현재 화학적 항암치료의 고통은 사라지게 된다.
슬라우이 부사장은 "어떤 단백질이 유효한 항원이 될 수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동안 모든 암을 통틀어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의 단백질을 검색했고 이를 압축한 상태"라고 말했다. 치료용 백신의 성공을 확언할 수는 없으나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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