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22일 발표한 델타정보통신 계좌도용사건은 정래신(37·전 교보증권 투자상담사)씨 등 주범 3명이 자기자금 한푼없이 사채업자들과 델타의 대주주, 증권사직원들과 공모, 치밀한 시세조종방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챙긴 초대형 금융사기사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종 물량을 떠안은 사채업자들의 시세조종 혐의와 차익자금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으면, 범인들의 검거에도 불구 '성공한 작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무일푼 M&A
정래신씨 등은 6월말 유통물량이 적은 델타정보통신을 작전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개인투자자 정모씨로부터 차입한 7억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델타의 대주주 김모씨 등으로부터 270만1,242주(36.8%)를 68억원(주당 2,500원)에 인수했다. 이들은 다시 이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112억원을 차입, 인수금 등을 지불한뒤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정씨 등은 우선 미래에셋증권 청담지점장 김모씨 등 5명을 통해 18개 증권사 69개 점포에서 114개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고가 매수주문 등 방법으로 6월28일 주당 1,260원에 불과했던 델타 주가를 8월22일 5,370원까지 끌어올려 7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들은 또 인터넷 증권사이트 팍스넷에서 '뚝심왕', '참숯나라'라는 필명으로 사이버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두명의 이모씨와 '검은 공생관계'를 형성, '델타정보에서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및 외자유치 등 호재성 재료가 발표될 것', '주가가 2만원까지 상승할 것' 등의 분석을 내도록 해 개인 매수세를 부추겼다.
▶작전은 성공?
기존의 주가조작사건에서는 최종 물량을 대부분 기관이 떠안는 것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사채업자들이 최종 물량을 떠 안았다. 정씨 등 작전세력은 시세조종전에 사채업자들에게 주식을 할인해 자금을 마련했고, 이를 밑천으로 시세조종을 해서 이익실현도 마쳤다. 마지막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기관계좌 도용 통한 허위 매수주문), 즉 사채업자들이 작전세력에게서 넘겨받은 주식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탄로가 나 사채업자들만 손해를 본 것이다. 현재 사채업자들의 주식매도 자금은 가압류된 상태. 그러나 검찰수사에서 사채업자들이 시세조종에 직접 가담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커진다.
이들이 단순히 정씨 등 작전세력에게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준 것일 뿐이라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이경우 손실은 대우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 작전세력이 시세조종을 통해 취득한 70억원의 부당이득 가운데 30억원은 현대투신 기관계좌를 도용한 대우증권 안수영 대리에게 넘겨진 것으로 드러났으나, 나머지 차익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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