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및 화의기업의 경영주로 개인적 부실책임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회장, 대표이사 등 20명이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부채 변제는 피하면서 1998년 1월 이후 3년간 골프와 카지노, 호화쇼핑 등에 개인신용카드로만 27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은 19일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을 제공한 워크아웃 및 화의업체 경영주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부실 관련자 신용카드 사용현황'을 열람한 결과 벽산 진도 신원 삼익건설 아남건설 등 16개 기업 20명의 임원들이 98년 6월 이후 해외에서 7억원, 국내에서 20억원 등 27억원 이상을 개인 신용카드로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이들의 개인적 부실 책임 규모는 50억∼821억원으로 총 2,631억원에 이르는 데도 예보와 금융기관은 98년 5월 현재 이들 중 17명에 대해 10명은 '재산 없음', 나머지 7명은 부실책임 규모에 크게 미달하는 500만∼12억원이라고 파악했다"면서 "신용카드 지출액에 미루어 이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렸거나 예보나 금융기관의 재산 추적이 엉터리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 제공자인 부실기업 경영주는 물론, 이들의 은닉재산을 추적, 최대한 부채를 청산하도록 했어야 할 예금보험공사나 거래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함께 드러냈다.
대표적인 예가 W식품 임원 C씨. 그는 부실 책임 규모가 126억8,600만원 이었으나 예보와 주거래은행은 '재산 없음'으로 판정, 구상권 행사를 사실상 포기했다. 재산이 없다던 C씨는 그해 1월 이후 17개국으로 51회나 나갔으며 30회는 '관광 목적'이었다. 그는 골프와 카지노 귀금속 구입 등에 신용카드로만 해외에서 5,831만원을, 국내에서 3억5,974만원을 썼다.
엄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자금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국내외에서 호화생활을 해 온 것은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며 "이들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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