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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주말수련회 참가기/나를 찾아 떠나는 "짧은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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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주말수련회 참가기/나를 찾아 떠나는 "짧은 출가"

입력
200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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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9시 강원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기슭에 자리잡은 월정사. 금요일 직장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도심을 떠난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하나 둘씩 대웅전 옆 요사채인 서별당으로 모여든다.월정사(주지 현해 스님)와 조계종 포교원(원장 도영 스님)이 공동으로 마련한 주말수련회 참가자 15명이 참나를 찾아 떠나는 2박 3일간 여정의 시작이었다.

수련회의 주제는 '천년의 기다림'. 월정사 포교국장 무구스님은 "오늘의 만남은 귀중한 인연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나눠준 배지를 달고 다시 월정사를 찾는다면 제가 매표소까지 내려가 반기겠습니다"는 덕담으로 수련자들을 반긴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지갑, 차열쇠 등 소지품을 원주 스님에게 맡기고 수련복을 받아드니 어느덧 출가자의 마음을 알 듯하다.

다음날 새벽 3시 30분,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경내를 돈다. 새벽 예불 전 도량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인 도량석(道場釋)이다. 약한 음에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목탁 소리를 들으면 일체 중생이 천천히 깨어나고 수련자들도 산사의 새벽을 맞는다.

곧이어 28천(天)의 중생을 위해 스물 여덟 번 타종한다는 범종 소리가 울리자 수련자들이 적광전에 모여들었다. 아침예불 시간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의식으로 시작한 예불은 '마하반야 바라밀다심경'을 읊는 반야심경 독송 등으로 30여분간 진행됐다.

이번 수련회의 하이라이트는 전나무 숲길 산책. 새벽 5시30분 선방 수좌 중 구참에 속하는 도업 스님의 지도로 금강문을 나와 일주문까지 펼쳐 있는 800m의 전나무 숲길을 천천히 경행(經行)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동이 텄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존재는 영원한 것이지요. 자신을 바라보고 살아야 다음 생에서 더 나은 모습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도업 스님의 짧은 법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주 5일 근무제의 확산과 함께 최근 불교계가 내놓은 대안 중 하나인 주말수련회는 수행 위주로 꽉 짜여진 여름수련법회와 달리 느슨하고 차분한 것이 특징. 예불, 전나무숲길 산책, 공양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유정진 시간이다. 물론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월정사에서 10㎞ 떨어져 있는 말사인 상원사,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 월정사 성보박물관 등을 돌아보게 해준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불교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업을 하는데 머리도 식힐 겸해서" "담배를 끊기 위해서" 등 참가 동기도 다양하다. 한 참가자가 "속세에 대한 애욕(愛慾)을 끊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하자 무구 스님이 "여자 문제 때문이냐"고 물어 좌중을 웃긴다. 주말수련회에서는 스님이나 참가자 모두 여유가 있다. 올해 불교를 믿기 시작했다는 회사원 이승현(30·여·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과거에도 절에 왔지만, 스님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며 "주말에 조금만 시간을 내면 산사에서 생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말수련회는 현재 전남 해남 대둔사(매달 첫째, 셋째 주말) 경기 남양주시 보광사(넷째 주말) 전남 보성 대원사(매주) 등에서 하고 있으며 월정사 역시 매달 첫째, 셋째 주말에 2박3일의 주말수련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www.woljungsa.or.kr)

도업 스님은 "물질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나타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불교계가 사찰의 문을 완전히 개방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월정사=김영화기자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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