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9일 약사 또는 한약사 외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약사법 조항에 대해 위헌취지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약국업계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이번 결정으로 약사들의 법인인 약무법인, 이른바 '메디펌' 설립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약국업계가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 주도하는 전국 체인 형식의 거대약국 중심으로 재편돼 동네약국의 몰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약사들은 의약분업 이후 메디펌의 등장 등 세력재편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견해왔다. 의약분업 전에 병·의원 약국, 서울 종로나 영등포 등지의 대형약국, 동네약국 등의 형태였던 약국들은 분업 후 병원 인근의 문전약국이 득세하며 대형약국과 동네약국의 입지를 좁혀 왔다. 여기에 편의점 체인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약국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고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의 약사 김모(28)씨는 "헌재의 결정으로 시기가 앞당겨진 측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약사들이 조만간 거대자본에 의한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디펌 설립이 일반인의 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선진국형 체인약국의 등장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일반약국이 문을 닫을 심야에도 약을 구할 수 있고 희귀약에 대한 구매가 쉬워지며 전국 어느 곳에서나 환자들이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메디펌이 실적압박에 따라 약 구매를 부추겨 의약품 오·남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자본에 의한 제약사와 병원간 담합행위의 증가로 의약분업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한석원 회장은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유럽연합) 대부분 국가에서도 법인약국의 개설을 허용치 않고 있다"며 "법인약국의 설립은 의약품의 특수성과 국민건강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측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방침"이라며 "법안 제출은 내년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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