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목전에 둔 19일 민주당의 내홍 사태는 극점으로 치닫는 분위기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와 같이 갈 사람은 같이 하고, 같이 안 갈 사람은 안 가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당내 의원들에게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노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유시민(柳時敏)씨 등이 추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과의 통합 의사도 밝혔다.이에 맞서 당내의 중도 및 반노(反盧)·비노(非盧) 그룹 의원 등 통합신당 추진세력은 23일 전체 모임을 갖고 '노무현 신당' 저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합 신당파는 이에 앞서 19일 밤 각 계파 대표자 모임을 갖고 "노 후보가 친노(親盧) 세력만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것이냐"고 비난하면서 다른 정파와의 당 대 당 통합 또는 반(反) 이회창 후보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매진할 시기이며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후보측은 27일 현판식을 겸한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노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정치가 미래로 가는 방향으로 외연 확대를 하고 새 정치세력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유시민씨의 '개혁적 국민정당'은 훌륭한 통합대상으로 그들이 창당을 마친 뒤 당당히 협상의 과정을 거쳐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추진파는 추석연휴 후에 '정권재창출협의회'(가칭)를 발족해 세 결집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 신당파는 중도 그룹 중심의 탈당 불사파, 비노 성향의 구당 서명파,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계 중심의 반노파 등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실제 연대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박상규(朴尙奎) 의원 등 탈당 불사파는 "내달 5일 국정감사가 끝날 때쯤 의원 20∼30명이 탈당해 당 밖에 통합추진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당 서명파는 "당내에 당대당 통합 수임 기구를 구성하자"며 탈당에 소극적이다.
민주당의 내분 사태는 추석 연휴 후 내달 5일 국정감사 종료 전후가 최대 고비다. 무엇보다 추석 직후의 여론조사 결과가 주요 변수다. 노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한다면 당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노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다면 사실상 분당 사태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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