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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自의 정경분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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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自의 정경분리 선언

입력
200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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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어제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회사경영에만 전념하겠다는 내용의 정경(政經)분리 선언을 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동생인 정 의원이 대선출마 선언에서 현대 관련 기업들과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특별한 언급이 없자 정경분리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현대 계열사의 선거 개입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고, 투자자와 시장의 동요를 막겠다는 것이 선언의 배경인 것 같다. 동생의 대선 출마에 즈음해 이루어진 재벌 기업 오너의 '불관여·무지원'선언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는 한국적 기업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기업환경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했던 10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현대그룹도 자동차·중공업·상선으로 계열 분리됐고,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반도체는 아예 채권단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 과거처럼 대선 후보에 대한 노골적이고 전폭적인 현대측의 자금·인력 지원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정 의원의 대선 출마가 현대가(家)에겐 악재임이 분명하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 당시 전국적 조직망을 갖춘 현대차써비스를 선거에 활용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과 시장의 불안감이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정 의원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분 취득 과정과 증여세 납부 여부가 도마에 오를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정 의원을 끌어내리기 위해 정치권의 칼날이 현대 계열사로 향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비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현대 계열사의 엄정한 중립의지뿐이다. 우리는 기업이 정치 바람에 휩쓸렸다가는 스스로 깊은 상처를 입을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경험한 바 있다. 현대차의 정경분리 선언이 행동으로 실천돼 기업의 정치 불관여의 좋은 선례를 남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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