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부실채권과 주식 평가손실에 시달리고 있는 시중은행의 보유주식을 매입하겠다는 일본은행(중앙은행)의 방침이 일본은 물론, 전세계 금융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일본은행이 주식매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중앙은행 120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일 뿐더러, 일본은행이 직접 시장에 간여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금융부문이 치료불능의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18일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가 발표한 내용은 일본은행이 1년 간에 걸쳐 10개 이상 대형 시중은행의 보유주식을 시가로 매입, 최대 10년 간 보유하되 은행별로 매입 한도를 정하고 우량주만을 선별할 수 있는 매입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가 추가하락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예비비를 책정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하야미 총재는 "시중은행의 리스크를 덜어주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주가를 띄우거나 시장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취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는 다르다. 전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중앙은행의 주식매입으로 상처를 입게 될 일본은행의 독립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금융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구조조정 노력에 미칠 악영향 등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주식 평가손실의 부담에서 벗어나 부실채권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으로 인한 채권값 폭락은 시중은행의 재무 흐름에 그 이상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홍콩이 그랬던 것처럼 매입한 주식을 처분할 때 증시가 받게 될 충격도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의 '비정상적'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최근 잇달았던 점을 들어 이달말 상반기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은행권의 대규모 손실을 우려한 정부가 일본은행에 압력을 넣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주식매입에 따른 구체적 후속절차가 언급되지 않은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 6조 엔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일본은행의 주식매입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또 어떤 종목이 대상일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까지 가세한 비상조치가 장기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과 일본은행에 대한 신뢰저하를 초래해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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