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세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애초 논란은 기준시가와 재산세 과세표준(시가표준액) 인상방안의 형평성 및 졸속조치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불길은 부동산 과세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건물과 토지에 따라 제각각인 평가주체와 부동산의 취득, 보유, 양도 등 각 단계별로 달리 적용되고 있는 과세표준을 통일하는 등 과세체계를 단일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과세체계와 평가시스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주택과 관련한 과세체계는 취득과 보유, 처분 각 단계마다 제각각이다. 건설교통부, 국세청, 행정자치부 등 각각의 행정기관에서 관할하는 기준을 과세표준(과표)으로 삼고 있는데다, 같은 세목도 이중으로 구성돼 있는 등 일관성이 없다.
복잡한 과세체계는 납세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과표의 현실화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세평가 기관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세체계의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단계별로 제각각인 과세체계
■ 취득·등록세 부동산의 취득단계에서 시·군·구청에 내는 등록세와 취득세의 과표는 원칙적으로 취득가액이다. 취득자가 신고한 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취지인데 성실하게 신고·납부를 한다면 실제 거래가격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과세목적을 100%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딴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취득·등록세의 신고가격은 시장가격의 15∼30%에 불과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인 지방자치단체에는 시장가격에 턱없이 낮은 신고가격의 적정성을 일일이 확인해 볼 어떠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 재산세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보유단계의 세금인 건물분 재산세의 경우는 그 자체로 복잡하고 혼란스런 체계를 갖고있다. 과표는 지자체가 매년 1월 발표하는 시가표준액인데 신축건물 기준가액에 면적, 구조지수, 용도지수, 위치지수, 잔존가치, 특정건물 가산세 등을 곱해서 계산한다.
산출공식의 복잡함만큼이나 각 수치를 제공하는 기관도 다양하다. 먼저 신축건물 기준가액은 행정자치부가 매년 확정해 지차제에 권고하는 형식으로 반영된다.
특정건물 가산세는 국세청이 고시하는 기준시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번에 행자부가 재산세를 높이는 과정에서 기준시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대목. 여기에 주택의 부속토지에 대해 물리는 토지분 재산세의 과표는 건설교통부가 매년 고시하는 개별공시지가를 이용한다. 재산세 세목 하나를 산정하는 데만 3개의 정부 기관이 매달려 있는 셈이다.
재산세를 토지분과 건물분으로 따로 분리하는 이중구조도 문제다. 아파트를 염두에 두더라도 주택은 땅과 건물이 분리돼서 거래·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과세단계에서는 건물 따로 토지 따로인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연구원은 "재산세의 이중구조 자체가 재산세율의 과표현실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양도세 주택을 처분하는 단계에서 부과되는 양도세의 과표는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기본으로 한다. 기준시가는 매년 7월 한차례 고시해 왔지만 올들어 부동산과열을 잡기 위해 급등지역의 기준시가를 수시로 조정고시하는 수시고시제로 바꾸었다. 그러나 수시고시는 조정대상 지역을 '국세청장이 정한 가격급등 지역'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애당초 논란의 소지를 안고있다. 이번에 과천과 강남 일부 급등 아파트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다.
실거래가 위주의 단일체계로
복잡하고 일관성없는 과세체계는 과표현실화를 방해해 궁극적으로 조세정의를 크게 해친다는 지적이 높다. 일례로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실거래가의 30%에도 못미치는 시가표준액으로 등록·취득세를 신고하는 것이 인정하면서도 양도세를 과세할 때는 과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실거래가에 보다 근접한 기준시가를 적용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하나의 부동산에 대해 시장가격 대비 등록·취득세와 양도세의 과표가 각기 다르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부동산 취득단계부터 실거래가를 적용한다면 굳이 시장가격의 70∼80%에 불과한 기준시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과세평가기관 설립 주장 이에 따라 실거래가 위주로 과표를 통일하고 독립된 과세평가 기관을 설립하는 등 부동산 과세체계를 단일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건물이나 토지 등 과세목적물의 공정한 가격을 산정하는 기구로는 국세청 산하 등에 '평가청' 이라는 독립기관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강남아파트와 시골주택 기본 稅잣대 동일 적용
시세 3억4,000만원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H아파트 26평형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불과 4만원. 반면 노원구 하계동 한신코아빌라 49평형은 엇비슷한 3억3,000만원에 거래되지만 부과되는 재산세는 무려 10배가 넘는 41만3,000원에 달한다. 강남·북간 재산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이 불공평한 재산세 체계는 무엇 때문에 비롯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평방미터(㎡) 당 건물신축가격 기준액에 건물 면적을 곱하는 것을 골격으로 과세표준을 산출하는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고급 아파트이건, 시골의 단독주택이건 과세의 근간이 되는 건물신축비용은 모두 ㎡당 16만5,000원. 주택 위치나 시세에 관계없이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동일한 만큼 평수만 같다면 보유세는 일단 같아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조세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위치 지수, 특정건물 가산율 등 각종 가·감산율이 적용되면서 재산세에 시가 요소가 일부분 반영되고는 있다. 위치 지수는 해당 주택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른 가중치를, 특정건물 가산율은 기준시가 3억원 이상 고급 아파트에 대한 가산율을 적용한다. 이번에 행정자치부도 투기과열지구내 주택에 대해 특정건물 가산율을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건물신축가격 기준액을 기본 골간으로 하면서 다른 요소들은 단지 '보완용'으로 작동하는 한 한계는 명백하다. 예를 들어 기준시가가 3억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오른 아파트는 특정건물 가산율 구간(3억∼4억원)이 동일해 재산세에 아무런 변동이 없지만, 3억9,000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상승한 아파트는 재산세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한 관계자는 "해방 이후 전국의 토지·건물 가격이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출발한 재산세 산출 방식이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건물신축가격 대신 시가에 연동할 수 있는 건물공시가격제도 등을 도입해 과표의 근간으로 삼지 않는다면 형평성 시비를 잠재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의 근간이 되는 국세청 기준시가 조정 시스템도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통상 기준시가는 실거래가의 70∼80%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와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될 경우 시세 급변동에 따라 기준시가가 실거래가보다 오히려 높은 역전 현상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확한 실태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아 실거래가 대비 기준시가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점. 국세청은 최근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기준시가를 평균 17.1% 인상하면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4월 고시에 비해 3,000만원 이상 상승한 아파트 단지는 모두 포함시켰다"고 기준을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4월에 비해 평균 매매가가 최고 1억원 이상 오른 잠실동 J아파트(1∼3차), 광장동 H아파트(31, 35평형)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시세가 250만원이나 하락한 봉천동 은천아파트(21평형)는 대상에 포함되는 등 조정 기준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가장 값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인 과천은 주공10단지 단 한 곳만이 기준시가 조정 대상에 포함돼 "공무원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빗발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