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가로막고 있던 비무장지대(DMZ)의 철책선이 1953년 휴전 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걷혔다. 남북한 양측은 18일 6·15 정상회담 이후 8번이나 약속하고도 실천하지 못했던 철도·도로 연결공사의 첫 삽을 떴다. 이제 남과 북은 사람과 물건이 길을 따라 오가는 날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이날 착공식은 남북이 주도적으로 동족상잔을 벌였던 비극의 현장을 평화지대로 바꿔놓는 공동작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또 냉전의 벽을 뚫는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남북 화해·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해준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의 다른 이벤트성 행사와는 비견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이 사업은 우선 지뢰제거 등을 위한 군사당국 대화가 병행돼야 하고, 개성공단건설 등 여타 경제협력 사안들이 한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돼 있다. 말하자면 군사적 신뢰구축, 교류 및 경제협력 등 다차원적 남북관계를 전개하는 핵심고리가 풀린 셈이다.
남북은 연결될 철도와 도로가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길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남북 직교역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상품이 유럽에 진출하고 시베리아의 자원이 유입되는 젖줄이 된다.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하면 민족경제권의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7일 북일 정상회담 다음날 실현된 착공식은 국제정치적으로도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 초 도라산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의선 공사를 남북화해의 가늠자라고 지칭했다. 러시아는 이미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을 굳혔다. 향후 TKR-TSR 연결사업을 위한 국제컨소시엄에 미국을 비롯한 4강이 참가하면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는 한층 가속화한다.
착공식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던 정부의 햇볕정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평가다. 북한에 퍼주기 만하고 공허한 합의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다가 'DMZ 관통'이라는 가장 가시적인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공식은 한반도 냉전해체라는 전체 공정의 첫 단추를 끼운것에 불과하다. 철도·도로 연결 공사는 수년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하므로 남북 모두 단호한 정치적 의지가 없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때문에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50년 동안 안고 온 냉전적 사고를 과감히 깨뜨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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