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 스님이 공식석상에서 재가(在家) 종단인 진각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 종단의 감정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이번 사태는 9일 열린 조계종 임시종회에서 진각종의 군승(軍僧)장교 지정요청 건에 대해 정대 스님이 "어떻게 머리 기른 진각종 사람들과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진각종은 원불교만도 못하고, 불교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촉발됐다.
진각종은 18일 '정대스님의 진각종 비하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정대 스님의 발언을 '종단과 진각종도들에 대한 언어폭력'으로 규정, '진각종이 불교가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이에 답하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각종복지재단 사무처장인 지현정사는 정대 스님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진각종이 재가종단이기는 하나 전통불교로부터 숟가락 하나 물려받은 것 없는 자수성가의 종단으로, 개종(開宗) 이후 한번도 이 나라 불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적이 없으며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 적도, 우리끼리 치고 받은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양 종단의 갈등은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 중앙승가대 재학생, 또는 군대를 다녀온 학사 이상의 조계종 승려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군승장교 선발제도의 문호를 진각종에도 개방해달라고 진각종이 요구해온 것을 조계종이 최근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조계종은 16일 도영 포교원장 명의로 진각종에 보낸 공문에서 "30여 년간 군포교 일선에서 통일적으로 진행된 불교 전통의식에 혼선을 초래하고 양 종단 교육과정의 차이가 매우 커 군승 파견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각종 측은 "1996년 위덕대 설립 이후 조계종에 신청자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군승장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요청해 성사 단계까지 갔으나 최근 조계종 측이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불교종단협의회 26개 종단 중 유일하게 머리를 기르는 진각종은 네번째로 규모가 큰 종단으로 47년 회당(悔堂) 대종사가 창종한 이래로 전국에 70여 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한편 참여불교재가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불교교단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남자신도), 우바이(여자신도)의 사부대중으로 구성된다"며 "정대 스님의 발언은 (출가와 재가라는) 외적인 형상으로 위계를 짓고, 그 위계를 침범치 못하게 함으로써 교단의 부패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 양 종단간 대립에서 '출가 대 재가'의 대립으로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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