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여론조사에만 매달린다고 비웃었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와 정책을 오락가락하는 폐단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훨씬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원한 전쟁이다.우파들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쟁(걸프전)이 너무 짧았다고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아들은 지루한 전쟁을 치를 것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어야 했던 전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아들은 후세인 제거를 빌미로 전쟁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아버지처럼 아들 부시 대통령도 사회안전, 건강증진, 연금보호와 같은 까다로운 국내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데는 별 뜻이 없어 보인다. 부시가(家)가 일단 참호로 뛰어들기만 하면 민주주의는 그들 부자가 원하는 대로 조종되기 십상이다. 이 때 민주주의는 복잡하거나 귀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 보안관과 악당, 애국자와 광인, 선과 악, 처칠 가문과 히틀러 가문 등 양자대결 구도만이 존재한다.
부시 가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의회 지도자나 잘난 체하는 언론의 간섭을 따돌린 채 비밀리에 일 꾸미기를 좋아한다. 평화로울 때는 고압적으로 보이는 행태가 전시에는 강한 리더십처럼 비쳐진다. 전쟁을 이끄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매국노로 매도당할 위험부담을 지게 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도 걸프전처럼 명분, 부상자, 비용 등 각종 장애물을 들먹거리다가는 겁쟁이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공화당에 테러리즘과의 전쟁 수행이 의회를 장악하는 길이라고 귀띔했던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은 전시에는 여론조사가 늘 맹목적 애국주의 일색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전쟁 중에는 언론도 대통령의 알아듣기 힘든 어법을 바로잡아줄 만큼 나긋나긋해진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에서 거창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후세인이 스커드 미사일을 갖고 있는 뒷골목 불량배라는 점에서는 옳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에 대한) 강력한 새 증거는 없다.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그렇고 그런 목록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후세인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어겼다. 그는 아버지 부시를 살해하려고 했다. 후세인은 자기 국민을 독가스로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후세인이 오사마 빈 라덴과 결탁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없었다. 빈 라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매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후세인은 살아 있고 그를 죽일 수 있다는 점뿐이다.
부시 대통령의 선제공격 원칙은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 교묘하게 이용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부시 대통령처럼 선제공격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정신적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체첸 반군에 대한 선제공격 차원에서 그루지야에 진격할 수 있음을 유엔에 통보했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여론을 업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전시 지도자로서의 부상이 부시 대통령에게 가공할 정치적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러나 대슐 총무는 선제공격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선호가 전세계의 안정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테러리즘 근절에 꼭 필요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중동 동맹국들과의 연대가 깨진다면 "그것은 테러와의 전쟁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지금 이해관계의 충돌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두 곳에서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두 전쟁이 서로 발목을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인가?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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