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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족에게도 시인·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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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족에게도 시인·사과해야

입력
200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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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를 깨끗하게 시인하고 사과한 것은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우리(북한) 특수기관 중에 망동주의와 영웅주의가 있어 이런 일을 해 왔다"면서 "특수기관에서 일본어 학습을 하고 일본인 신분을 이용해 남한으로 들어가는 등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납치 일본인을 대남공작 등에 활용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책임자를 처벌했다고 비켜갔지만, 김일성 주석 생존시 대남공작의 최고 책임자가 바로 그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특히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씨의 일본어 교사였던 이은혜(일본명·다구치 야에코)씨의 납치와 사망을 확인한 것은 KAL기 폭파를 북한이 자행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어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1·21 청와대 습격사건과 잇단 공비남파, 그리고 아웅산 테러사건과 KAL기 폭파 등 굵직한 만행에 대해 이를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일성 주석이 1972년 대북 밀사였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면담하면서 1·21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박근혜 의원을 만났을 때 "(1·21 사건은)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으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언급했다는 게 고작이다.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예상보다 파격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달라졌다면, 동족에게 저지른 테러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대북협상에 나서는 우리정부도 상대방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상황론만을 펼게 아니라, 일본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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