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는데 묘미가 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이를 상품화한 프로리그가 국내에는 야구 축구 농구 등 3종목이 있다. 스포츠 팬 외에 이 상품을 돈을 주고 사는 바이어로는 방송사와 스폰서 기업이 있다.지난해 국내 스포츠팬이 구입했던 국내 프로리그의 입장권은 총 611만장이었다. 또 방송사가 지불한 중계권 총액은 137억원, 타이틀 스폰서가 3개 리그에 지급한 돈은 총 83억8,000만원이었다. 평균입장료로 약 4,000원을 잡는다면 방송사와 타이틀 스폰서가 총 542만장의 입장권을 구입한 셈이니 충분히 빅바이어로 불릴만하고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다른 여가상품을 놓아두고 이들 세 집단이 스포츠를 선택한 이유는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의 묘미 때문이다. 이들 중 가장 편향적인 경향을 보이는 팬들도 홈 팀의 승률이 5할5푼에서 6할 사이일 때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는 사실에서도 많이 이기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팬들도 이럴진대 시청자나 불특정 소비집단을 겨냥하고 돈을 쓰고 있는 방송사나 스폰서 기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빅 바이어는 스포츠의 재미 그 자체 혹은 스포츠만의 순수함이나 열정에 관심이 있고 승자보다는 깨끗한 패자에 주목하는 경우도 흔하다. 스포츠경기를 만들어 팔고 있는 프로리그나 구단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 국내 3개 리그에 소속된 대부분의 구단은 승률극대화를 사업모델로 채택하고 있다. 무슨 수를 쓰던 간에 이겨놓고 보아야 한다는 식이다. 국내리그에서 판정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는 심판 로비설까지 나오는 것도 주종을 이루는 이 사업모델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구단이야 당연히 이기는 게 좋겠지만 무조건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보면 상품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사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잦은 판정시비가 그런 종류에 속한다. 또 지지 않는 무적함대를 선호할 고객은 극소수일뿐만 아니라 어떤 구단이 무리수로 물의를 빚게 되면 빅 바이어가 등을 돌릴 위험도 있다.
소탐대실인 줄 알면서도 국내구단이 이기는 데 집중하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3대 고객이 국내 프로리그에 쓰는 돈은 많아야 500억원 미만이고 이는 선수연봉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한 구단에 매년 발생하는 수 십억원의 손실 대부분을 구단스폰서 즉 계열사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도 과거와 달리 무리한 승부욕으로 빚어진 물의에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구단이 이제 사업모델을 바꿔야 할 시점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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