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목포의 눈물'로 시작하고 같은 노래로 끝난다. 자칭 액션신비극에 웬 '뽕짝'? 영화 첫 머리에 갖게 된 의문은 후반부에 '아베마리아'가 흘러 나오는 장면에서 거듭된다.두 노래 외에도 비트와 남성 코러스를 강조한 색다른 '베사메무쵸'가 액션 신에 삽입되는 등 익숙한 노래들이 많이 편곡되어 등장한다.
그렇다고 창작곡이 없는가? 아니다. 영화에는 극중 가준오(강타)가 부르는 '섬'을 비롯해 달파란이 만든 노래가 17곡이나 나온다. 판타지 액션 코미디 동화 멜로 등 온갖 장르를 버무리고 화엄경의 메시지까지 더해진 영화에 걸맞게 달파란의 음악은 클래식에서부터 국악 테크노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특히 게임 장면에 나오는 음악들은 실제 게임을 할 때처럼 현실과 게임을 완벽하게 분리해준다.
영화의 형식도 새롭고 음악도 그에 걸맞게 새롭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애쓴 달파란의 음악으로도 관객을 영화에 집중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사실. '거짓말'에서 장선우 감독과 작업했던 달파란은 감독 의도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었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와 깊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포의 눈물'과 '아베마리아'가 극 중 성냥팔이 소녀(임은경)의 신파적 정서와 구원의 이미지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거부감이 드는 것처럼 달파란의 음악은 영화속에서 오락과 철학의 어설픈 결합만 부각시키고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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