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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 "경의선·동해선 착공" 반응/"저 철길로 고향 갈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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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 "경의선·동해선 착공" 반응/"저 철길로 고향 갈수 있다니…"

입력
200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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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잘려 있던 한반도의 허리를 다시 잇는 공사가 시작된 18일 강원 속초시 청호동의 실향민촌 '아바이마을'은 여느 때보다 더욱 들뜬 분위기였다.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실망해 온 주민들에게도 육상 교통로가 뚫린다는 소식은 손에 잡힐 듯한 현실감으로 다가든 때문이었다.

수십년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 온 이 마을 실향민 400여명은 "이제 정말 저 철길을 따라 고향 땅에 가볼 수 있으리라는 실감이 든다"며 다시 한번 벅찬 기대감에 젖었다. 함남 신포시가 고향이라는 박임학(朴林學·75) 할아버지는 "51년 전 기차 타고 남으로 내려온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 기차를 다시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다면…"하면서 "지금껏 살아있기를 정말 잘 했다"며 목이 메었다.

또 다른 실향민 마을인 경북 영주시 풍기읍도 술렁거렸다. "백령도에서 빤히 보이는 황해도 장연이 내 고향"이라는 윤정대(尹禎大·79) 할아버지는 "내 발로 직접 가 봐야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꿈만 같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실향민들은 한편으로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마 욱(75) 함북민보 편집국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문제없이 고향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자칫 남북관계 변화로 상황이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라며 걱정스러워 했다.

북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몰았던 기관사의 감회는 남달랐다. 마지막 기관사 한준기(韓俊基·75)옹은 "장단역에 반세기 넘게 서 있는 열차를 볼 때마다 당장 올라 타서 다시 달리게 해 주고 싶었다"며 "철도가 완전히 개통되면 내가 1번으로 개성까지 운전하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한편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소식은 수해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강원도민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최북단 강원 고성시에는 곳곳에 환영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시민 1,000여명이 시가지로 몰려 나와 "이제 고성이 통일 전초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고성=곽영승기자 yskwak@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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