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웃음의 조합아직 식지 않은 축구에 대한 열광은 저우싱츠 주연의 '소림 축구'(전체)와 영국의 축구 스타였던 비니 존스가 멋진 축구 실력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월드컵'(Mean Machine)(15세)으로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미식 축구가 곁들여진 청춘 영화 두 편이 새로 출시되었다. '섹스 아카데미'(Not Another Teen Movie)(18세)와 '뉴 가이'(The New Guy)(15세)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인기 있는 학생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수중 발레 연습으로 여름 방학을 보낸 일본의 남자 고등학생들 이야기인 '워터 보이즈'(Water Boys)(전체), 임신한 친구의 양육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터는 여고 치어 리더 7명의 좌충우돌을 그린 '슈가 앤 스파이스'(Sugar and Spice)(12세)를 더하면 스포츠와 웃음의 조합이 더욱 풍성해진다. 내친 김에 미래를 배경으로 거친 몸 싸움 경기를 소개하는 '롤러 볼'(Roller Ball)(15세)과 자동차 경주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드리븐 2'(Driven 2)(15세), 알래스카 설원의 눈 썰매 경주가 시원한 '스노우 독스'(Snow Dogs)(전체)까지 보면 아시안 게임은 물론 동계 올림픽 준비까지 마친 셈 아닐까.
▶살사댄스에서 디스코까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살사는 론 라고마시노 감독의 2001년 작 '로맨틱 살사'(The Way She Moves)(15세)를 통해 배워볼 수 있다. 장래가 보장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에이미는 친구들의 권유로 살사 댄스 교습소에 등록한다.
우울함과 정열을 겸비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선생에게 끌리면서, 에이미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혼자와의 관계를 되돌아 보게 된다. '가슴으로 음악을 느껴라' '긴장을 풀어라' '생각하지 말고 몸에 맡겨라'와 같은 현실에선 듣기 힘든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몸의 율동이 전하는 일탈의 의외성에 빠질 수 있다. 웬만한 춤 영화엔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안무가 케니 오르테가 덕분에 초보 스텝부터 프로의 춤 솜씨까지 눈요기할 수 있다.
김동원 감독의 '해적, 디스코왕 되다'(15세)는 촌스러운 디스코로 사랑을 붙들라고 한다. 변두리 산 동네에 살고있는 세 젊은이(이정진, 양동근, 임창정)는 남루한 삶 속에서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키워가고,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는 안타깝게 헤어진 옛사랑을 찾는다. 막판에는 화려하고 멋진 춤 솜씨를 보이는 것이 댄스 영화의 정석이지만, '해적'은 초보를 겨우 면한 디스코로 영화의 배경과 시대, 인물을 살리고 있다.
▶잔잔한 심리 드라마
'철도원'의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와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켄은 '호타루'(12세)로 다시 심금을 울린다. 초로의 부부가 카미카제 특공 대원으로 전사한 지인의 유품을 안고 그의 고향인 안동 하회 마을을 찾는다. 2차 대전에 대한 반성보다는 잘못된 전쟁으로 인해 엉클어진,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연을 푸는 데 중점을 둔 잔잔한 드라마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각색한 우아한 시대극 '러브 템테이션'(The Golden Bowl)(15세)은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금세기 초의 이탈리아, 영국을 무대로 사랑의 열정, 가정의 행복, 부부의 도리, 부모와 자식 사이의 깊은 애정을 그린 빼어난 심리 드라마다.
이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다면 제임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시대극으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제인 캠피온 감독의 '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18세)과 이안 소프틀리 감독의 '도브'(The Wings of the Dove)(18세) 역시 20세기 초를 무대로 한 기품 넘치는 드라마다.
/옥선희·비디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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