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은행장 회의, 논의·발표 따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은행장 회의, 논의·발표 따로?

입력
2002.09.19 00:00
0 0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걱정이다. 한국은행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은행과 투신사 종금사 등 금융사의 만기 6개월 미만 단기 수신상품 잔액은 353조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사 수신잔액의 46.5%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돈은 고수익 투자를 겨냥해 언제라도 시중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부동자금이다. 지난해 말의 339조원 보다 14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이 같은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부동산 인플레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정부의 잇단 규제 조치로 한풀 꺾인 듯한 부동산 투기 열풍이 상황에 따라 다시 재연될 우려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한은이 그제 12개 은행장들을 불러 금융협의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도 단기 부동자금의 잠재적 폭발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협의회를 마친 뒤 은행장들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석한 은행장들은 한은의 '일방통행식' 발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참석한 12명의 은행장 중 금리와 관련해 발언한 행장은 3명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1명만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그 시기와 폭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보수적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은이 콜금리 인상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은행장들을 바람잡이로 세운 셈 아닌가. 일부의 동조 의견을 확대 포장해 전체 의견인 양 발표하고, 미리 정해진 수순대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중앙은행으로서 해야 할 처신이 아니다. 회의 따로, 결론 따로 식이라면 금융협의회를 열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한은의 정책 결정과정은 중앙은행답게 투명해야 하며 회의 결과 발표는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