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오락프로그램에 천연덕스러운 거짓말과 가짜가 난무하고 있다. 에어로빅을 배운 지 2개월밖에 안된 사람이 에어로빅 강사 행색을 하고, 있지도 않은 사건이 실제사건처럼 둔갑한다. 그럴듯한 양치기 소년일수록 대접 받는 게 요즘 오락프로그램이다.매주 금요일 오후7시5분 방송하는 SBS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연출 최영인). 6일 방송에서는 에어로빅 강사 4명 중 한 명의 가짜를, 13일 방송에서는 10대 부부 3쌍 중 한 쌍의 가짜 커플을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패널(지석진 김수용)과 방청객, 시청자를 속이느라 혈안이다. 이들의 거짓말이 그럴듯할수록 방청객의 탄성은 더욱 높아만 간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연출 김윤대, 일 오전10시50분)는 사람 대신 가짜 사건을 찾는 프로그램.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에서 제작진은 신문에 실렸던 기이한 사건을 극화한 이야기 2개와 순수 창작품인 이야기 1개를 소개한 뒤 시청자에게 가짜를 찾게 한다. 전직 소매치기인 피자 배달부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사연, 죽은 옛 애인을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 등 어느 것이 가짜일지 모르는 에피소드는 다큐멘터리 형식에 담겨져 진짜 행색을 한다.
KBS 2TV가 추석 특집으로 제작한 '두뇌 쇼, 진실감정단'(연출 배기영, 21일 오후5시)도 국내외 다양한 이야기와 사건 중에서 가짜를 찾는다.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캥거루, 헤어진 애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시든 꽃만을 파는 꽃집 주인,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수영복회사 사내커플 등 이 프로그램 역시 시청자에게 그럴듯한 가짜를 교묘하게 섞어 방송할 예정.
이밖에 어린이의 순수한 속마음을 알아보는 MBC '전파견문록' 역시 정답 공개 후 패널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해 방청객들의 거짓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최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2002 나쁜 방송프로그램'으로 선정하면서 "어린이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되지 않아 모두 사실로 믿어버린다"며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심야로 방송시간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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