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나 수입사들은 관객의 반응을 미리 점쳐보기 위해 모니터 시사회를 갖는다. 줄거리가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은 없나, 색상이나 음향의 문제는 없나, 관객이 지루해 하지는 않는가를 점검한다. 모니터 요원은 주로 대학생이나 인터넷으로 영화 정보를 주고 받는 20대 직장인들이다.영화 감상에는 '분위기'도 변수. 영화를 객관적으로 봐달라는 주문을 받은 모니터 요원들은 '뽑힌 사람, 첫 감상자'라는 기분 때문에 객관성을 잃기도 한다. 일반 시사회도 마찬가지여서 유료 관객들에 비해 너그러운 입장이다. 그래서 시사회에서의 뜨거운 반응으로 엄청난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헤드윅'의 경우도 20벌의 프린트를 준비했다 반밖에 쓰지 못했다. 영화제에서의 박수갈채도 제작자나 수입사를 헷갈리게 한다.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슈팅 라이크 베컴' 역시 '올 영화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아픈 별명을 얻으며 3만 6,000명으로 끝났다.
한 달 반쯤 전, '아이스 에이지'를 보고 우르르 몰려 나온 아이들이 한 영화 포스터를 가리켰다. "와, 엄마 나 다음엔 저거 볼래. 저거 대따(매우) 재밌겠다." 괴물 독거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릭스'의 포스터. 신문이나 TV 광고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감'으로 콕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타도 나오지 않는데 전국 29만명을 동원하는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유치원생까지 가세하며 200만명을 넘겼고, 동년배 아이가 포스터에 나온 '집으로…'(420만명)에 아이들은 몰려갔다. "이제는 유치원생을 데리고 모니터 시사회를 해야겠다"는 한 수입사 대표의 다짐. 흥행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은 이제 재밌는 영화('아트'에 대한 열등감 없이)에 대한 동물적 감각을 가진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이 가장 확실하다는 얘기다. 옛날 약장수는 "애들은 가라"고 했지만, 요즘 영화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들만 와라."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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