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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온정 손길 뚝… 우울한 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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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온정 손길 뚝… 우울한 복지시설

입력
200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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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과일 한 상자라도 있으면 쓸쓸한 추석은 안 될 텐데…." 한가위를 앞두고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끊겨 소외계층의 추석맞이는 더욱 외롭다. 특히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피해로 인해 수재민 돕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나마 조금씩 이어졌던 온정의 손길이 사라지다시피 했다.경기 의정부시 고아원 '이삭의 집' 직원 김모(36)씨는 추석을 앞두고 속이 탄다. 추석이라고 해서 원생들에게 평소보다 맛난 음식을 해줄 형편이 못 되기 때문. 김씨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추석 연휴동안 원생들 먹을 간식거리마저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로원 '나눔의 샘' 김재남(金在男·59) 부원장은 "올 추석에는 차례상은 고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송편 하나 제대로 대접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한평 남짓한 단칸 방에서 홀로 지내는 이정도(李正道·81·서울 동대문구) 할머니는 끼니 걱정이 앞선다. 구청 사회복지관이 19일 관내 독거 노인들에게 연휴동안 먹을 떡, 과일, 고기 등 특식을 제공하는 대신 19∼22일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중단하기 때문.

만리타국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재중 동포들도 추석이 그리 달갑지 않다. 추석 연휴 사흘을 쉬는 대신 2주 전부터 야근비나 추석상여금도 받지 못한 채 평소보다 일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 경기 안산 시화공단의 한 회사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는 재중동포 김모(48)씨는 열흘 전부터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야근으로 몸이 녹초가 돼 중국에서 추석을 보낼 아내와 딸을 그리워할 겨를도 없다"며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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