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험생 수가 대학 모집정원보다 적은 정원 역전현상이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뉴스는 한편으로는 나쁜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대학들에게는 나쁜 소식일 것이다. "대학에 위기가 온다. 서울에서 먼 대학일수록, 전문대일수록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소문이 현실이 되었으니 대학들은 기가 막힐 것이다. 17일자 한국일보의 '지방大 신입생 확보難', 한국대학신문(www.unn.net/)의 '지방 전문대, 정원채우기 비상' 기사를 보면 지방의 전문대에 비상이 걸렸다. 2002년 신입생모집에서 서울 인천 경기의 전문대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경상도 전라도의 많은 전문대들은 정원의 20%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 2003년에는 더 심할 것이다. 사립 전문대의 등록금 의존율이 70∼80%를 넘으니 문 닫는 대학, 합병하는 대학이 생길 날이 멀지 않다.
지방의 4년제대학, 대도시 대학도 정원 역전현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교육의 중심을 대학입시에 두고 교육 성공여부를 명문대 입학으로 측정하는 풍토가 휩쓰니, 학생들은 명문대를 향한 편입학 진행을 계속하여 대학마다 결원이 생길 것이 뻔하다.
물론, 일부 지방대는 고3학생 수 대비 입학정원이 수도권은 66%인데 지방은 99%이니, 정원 역전현상이 시작되면 지방대가 위기를 맞는다며 착실히 준비를 했다고 한다. 정원 역전현상이 계속될 2009년까지를 위기탈출기간으로 정하고 특성화 분야만은 국내대 10위 권에 진입시킨다, 성인에게 대학을 개방한다는 전략을 짰다고 한다.
교육소비자에게 정원 역전현상은 결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정한 교육여건지표만 충족시키면 대학을 세우고 등록금을 학기마다 선금으로 받아 운영해오던 사학재단이 이제 교육의 질, 교육환경을 심각히 생각할 터이다.
대학교육의 질은 그간 문제제기도, 심도있는 논쟁도 우리 사회에 없었다. 외국대학과의 경쟁력이 운위되어, '국제저널에 실린 교수 논문은 몇 편? 대학도서관 장서 수는 얼마?'로 계량화에만 몰두했다. 대학에서 교수법 연구로 교수들이 고민한다는 말도, IT 시대에 교양과목은 어떠해야 하는가 궁리한다는 말도 들어 본 바 없다. 귀화한 러시아인 박노자씨는 우리 대학교육을 "중간수준의 교육을 비싼 가격으로 대량판매하는 교육공장"이라 한 바 있다.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니다. 교양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대학영어교수회의(www.ncte.org)식의 대학국어교수회의조차 없는 것이 우리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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