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납치사과 정치와 현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납치사과 정치와 현실

입력
2002.09.19 00:00
0 0

17일 오후 도쿄(東京)의 중의원 회관에 모여 TV로 북일 정상회담 속보 방송을 지켜보며 애를 태우고 있던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에게 외무성으로 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가족들은 "드디어 안부 확인이 된 모양이다", "일시 귀국을 인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라며 기대에 부풀어 외무성이 제공한 버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평양으로부터의 팩시밀리는 '8명 사망, 5명 생존, 1명 북한 입국 미확인'이란 참담한 내용이었다.

놀라운 사태 전개에 가족들은 물론 외무성 관계자들까지 한동안 말을 잃었다. 회담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환영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조총련도 충격에 빠져 기자회견을 취소해 버렸다.

이번 북일 정상회담은 북한이 일본의 요구를 거의 전부 수용해 일본으로서는 예상 이상의 정치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측이 11명 중 일부의 안부정보 제공이나마 기대했던 납치 문제는 북한측이 명단에도 없던 3명을 추가해 생사를 모두 알려주고 김 위원장이 솔직한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일본인들을 납치했고, 그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북한의 양보와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가려 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다. 고이즈미 총리도 회담 성과를 내세우지 못한 채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양보의 대가로 당장은 경제협력 등 눈앞의 것을 얻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일본내 여론은 분노와 반북 감정이다. 고이즈미 총리나 김 위원장에게 현실은 정치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등 남북 간의 인도적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결국 이번 경우처럼 의외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지 모르겠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