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7일 평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일 관계 정상화 교섭을 10월 중 재개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북미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정세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관련기사 3·4·5·16면
전문가 좌담 8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19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우리 특수기관 중에 망동주의와 영웅주의가 있어 이런 일을 해 왔다"고 시인하고 "유감스러운 일로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수기관에서 일본어 학습을 하고 일본인 신분을 이용해 남한으로 들어가는 등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책임자를 처벌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공작선 추정 괴선박에 대해서도 "군의 일부 특수부대가 해온 일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책임을 인정했다.
양국은 회담 후 발표한 '평양 선언'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관련국간 합의를 준수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를 2003년 이후에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또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의해 손해와 고통을 끼친 데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국교 정상화 후 무상자금지원, 저금리 차관 등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북측은 일본인 피랍자 11명 가운데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金賢姬)의 일본어 교사 '이은혜'로 알려진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등 6명은 이미 사망했고, 4명이 생존하고 있으며 1명은 입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존재 자체를 부인해 온 다구치의 사망을 확인한 것은 KAL기 폭파테러를 간접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전용기편으로 도쿄(東京)를 출발, 오전 9시 6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았으며, 10시 50분께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귀환했다.
/평양=공동취재단·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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