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종석의 글과 책]유시민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종석의 글과 책]유시민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입력
2002.09.18 00:00
0 0

'대중화 저자(popularizer)'라는 말은 어느 사회에서나 깊은 존경심을 담아 발설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앎의 세계에서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매우 크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은 흔히 문장이 거칠고, 대중을 매혹할 만한 문장가들은 전문 지식이 모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식의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대중화 저자들은 전문 지식과 문장력을 겸비해야 한다. 자연과학 지식의 대중적 보급에 크게 이바지한 20세기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모범적인 대중화 저자였다.시사평론가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 유시민씨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대중화 저자라고 할 만하다. 그는 자신이 전공한 경제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의 다소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독자들이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하고 단정한 언어에 담아내는 것을 글쓰기의 큰 줄기로 삼아왔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면 '지식 소매상'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유시민씨의 글쓰기는 또 또렷한 입장을 지니고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당파적 글쓰기다. 시사 칼럼 치고 당파성에서 자유로운 글은 거의 없겠지만, 유시민씨의 글쓰기는 여느 칼럼니스트들의 경우와 달리 중립성의 허울로 자신의 당파성을 가리는 일이 없다. 그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의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라는 말을 매우 긍정적인 맥락에서 인용했을 때, 그것은 자신의 글쓰기를 변호하는 것이기도 했다.

유시민씨의 최근 저서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개마고원 발행) 역시 편파적이되 공정하다. 이번 12월 대통령 선거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조선일보 사이의 대결로 설정하면서 머뭇거림 없이 노무현씨 편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편파적이지만, 그 편파적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을 공변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공정하다. 독자들은 저자의 안내에 따라 1991년 이후 조선일보와 노무현씨 사이의 갈등을 좇으며 이 싸움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유시민씨는 노무현씨가 로맨티시스트라기보다는 배짱 좋은 리얼리스트라고 말한다. 정치인으로서 조선일보와의 싸움이 내포한 위험을 잘 알면서도, 이 싸움을 피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개혁 세력의 정치적 중심으로 만들고 올해 대선의 정치적 성격을 뚜렷하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올해 대선은 조선일보가 이끄는 특권동맹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해체되느냐 여부가 걸린 대결이고, 합리적 개혁 세력으로 이뤄진 대한민국 신주류(新主流)의 전면적인 등장 여부를 결정하는 싸움이다.

이 책의 편파적인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자유주의자가 왜 그런 편파적인 결론에 이르렀는지 궁금한 사람들, 그리고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이 과연 공정했는지를 검증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자.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