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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정상회담/전문가 좌담/"日 反北감정·美태도에 北-日관계 진전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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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정상회담/전문가 좌담/"日 反北감정·美태도에 北-日관계 진전 달려"

입력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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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서로 실리를 얻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강성윤(姜聲允) 동국대 교수는 "이번에 과거사 정리와 피랍자 문제가 빅딜 형식으로 타결됐다"면서 "내달부터 국교 정상화 교섭을 재개키로 한 데서 회담에 대한 양국의 긍정적 평가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지호(申志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양국 관계 진전의 변수는 피랍자 문제의 해법을 일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좌담은 정상회담 결과 발표 직후 본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진행됐다.

―이번 북일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특히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은.

강성윤 교수=공동선언 첫 번째 항목인 '2002년 10월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는 이번 회담의 단적인 성과다. 이번 회담은 54년 동안의 적대 관계를 해결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중·일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낸 것과 비견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북일 양자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 기능적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북·미 관계와 한·미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신지호 연구위원=앞으로 양국 수교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 과정에서 남북 관계 진전이 필요조건이라면 미국과 일본의 대북 관계 개선은 충분조건이다. 그 동안 남한이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정세 안정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북한, 미국, 일본 등 주위 여건이 따라주지 못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불균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장애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의미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피랍자 문제가 일본 여론상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됐다. 회담 결과가 앞으로의 북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강 교수=최근 북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두드러진 쟁점은 북한 입장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사죄 문제이고 일본으로서는 피랍자 문제였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을 앞두고 "피랍자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만큼 이번 회담은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북한이 피랍자 11명의 생사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로서는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즉, 양측 모두 '윈-윈'의 결과를 얻었다.

신 위원=고이즈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고, 김 위원장은 '행방불명자'가 아닌 '피랍자'라고 처음으로 규정함으로써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동등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본의 성과가 더 크다고 평가된다. 개인적으로 아는 일본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해 말부터 상대적인 약자 입장에서 일본에 접근, 피랍자 문제를 미끼로 국교 정상화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김 위원장이 피랍자 문제에 대해 파격적, 획기적인 해결책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일본 여론은 피랍자 문제에 대해 명백한 살인 혹은 군부가 개입한 국가적 범죄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신 위원=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도출한 성과가 북일 수교를 보장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두 가지 벽이 남아 있다. 일본 사회가 피랍자 문제를 납득할 것인가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문제 관련 합의 사항에 대해 미국이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 중 한 가지만 해결이 안 돼도 북일 수교는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일단은 비관적으로 보인다.

강 교수=현재 격앙된 일본 여론이 조만간 냉정을 되찾아 의외로 쉽게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 입장에서는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수교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회담 결과 수교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외교적 실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재산청구권 상호 포기 항목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때에 비해 진일보한 성과라고 볼 수 있나. 당시 남한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것인가.

신 위원=상호 재산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무상 자금 지원, 저금리 차관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북한은 더 많은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실리적 측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족적인 관점에서 보면 65년 때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65년 이후 남한도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았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니다.

강 교수=65년의 사례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이후 한일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들로부터 체득한 경험을 북한에 제공, 북일 관계에 도움을 주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어차피 시대적 상황도 다른데 절대적인 비교를 하는 것도 맞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김 위원장이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강 교수=김 위원장은 경제적으로 일본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됐다. 일본으로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북한과 수교가 되지 않고서는 미·일·중·러·남북한이 참가하는 한반도 6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일본의 입지는 궁색하다. 또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 위원=일본 국내적으로 고이즈미 총리는 다소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회담을 일본의 새로운 외교 행태라는 각도에서 조명해볼 필요도 있다. 전후 일본 외교는 철저히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했다. 특히 일본 내에서 아시아 문제를 중시하는 아시아론자들이 회담을 주도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이 북미 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는가.

강 교수=미사일 발사 실험을 무기한 유예한 대목은 일단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 위원=공동선언에는 제네바 핵합의 등을 준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만 포함돼 있지만 행간에는 상당히 많은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모종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워싱턴에 전해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에는 전면적 핵 사찰, 미사일 발사 유예 기간 연장, 대포동 미사일 실험·수출·생산 및 검증 문제 등이 포함됐을 것이다. 앞으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특사로 방북하고 나면 북미간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강 교수=회담 결과가 미국을 만족시킬지는 미지수이다. 회담 당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기대수준을 충족시켰을지는 낙관할 수 없다.

신 위원=회담 결과가 미국 내 대북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미일 동맹을 미·영 관계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결과를 놓고 일본 정부와 이견을 노출하지는 않을 듯 하다. 이라크 문제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전에 대한 일본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번 회담 결과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신 위원=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03년 한반도 안보위기설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적어졌다. 일본의 대북 경제지원이 이루어지면 남북 경협과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 북한 경제가 회복된다면 우리의 대북 지원 부담도 경감된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 증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우려를 표시하기에는 일본의 역할이 아직은 미미하다.

강 교수=같은 생각이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이 우리의 대북 정책 목표였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체득한다면 우리의 남북대화에도 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 위원=북일 정상회담의 성과가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일본이 철저한 상호주의를 북한에 적용한 결과로 평가하고 싶다.

/정리=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사진=조영호기자

강성윤(姜聲允)

동국대 교수 겸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57세

동국대 행정학과 졸

동국대 정치학 박사

일본 게이오(慶應)대, 미국 뉴욕시립대 초빙 교수

신지호(申志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40세

연세대 경제학과 졸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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