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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드 나하린의 바체바무용단 첫 내한공연/아름다움을 도발하는 상상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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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드 나하린의 바체바무용단 첫 내한공연/아름다움을 도발하는 상상의 세계로

입력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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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린의 춤을 손에 쥐어본다면 아주 부드럽고 매끄러울 것이다. 잘 갈고 닦아 반질반질한 돌처럼. 그러나 신비로운 조상(彫像)의 한 조각 같던 그 돌은 던지면 무기가 된다." 이스라엘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 오하드 나하린(50)의 춤에 대한 미국 무용평론가 데보라 조위트의 평이다. 그가 이끄는 바체바 댄스컴퍼니가 27∼2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군 복무 후 22세 때 춤에 입문한 나하린은 이내 눈부신 기량을 드러내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으로부터 '천부적인 무용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등을 거쳐 1980년대 초 안무가로 데뷔한 그는 그레이엄과 베자르,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지리 킬리안 등 현대무용 대가들의 맥을 이으면서도 조위트의 평처럼 탄탄하고 힘이 넘치는 독창적인 춤 세계를 구축, 세계 무용계를 사로잡아 왔다.

64년 창설된 바체바 댄스컴퍼니는 기량은 뛰어나지만 미국 유럽 등의 작품을 소화하는 레퍼토리 무용단에 머물다 90년 나하린을 예술감독으로 맞으면서 일약 세계적 무용단으로 도약했다.

나하린과 바체바 춤세계의 중심은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무용어법의 틀을 과감히 깨는 도발성이다. 특히 클래식에서 펑크, 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접목해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일 '데카 당스(Deca Dance)'에도 이 같은 특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데카(Deca)는 히브리어로 숫자 '10'을 뜻한다. '10개의 춤'으로 번역되는 이 작품은 나하린이 바체바에 입성한 지 10년째 되던 99년에 '블랙 밀크' '아나파즈' 등 7개의 기존 작품에서 10개의 장면을 추려 재구성한 것.

나하린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관객들은) 때로는 폭력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게, 70분 동안 열정적으로 전개되는 춤 그 자체를 만끽하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평론가 이종호씨는 나하린의 춤을 "경계 넘어서기, 한계의 초월, 극단까지 가보기" 등으로 요약하면서 데카 당스의 구성 작품들 가운데 93년작 '아나파즈'를 그 절정으로 꼽는다. 아나파즈는 유사분열(有絲分裂)의 중기와 말기 사이를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로, 독방에 갇힌 무용수들이 서로 다른 극으로 치닫다가 하나의 새로운 전체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금 오후8시, 토·일 오후6시. 2만∼6만원. (02)2004―0114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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