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추석연휴 "근교 나들이" 어때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추석연휴 "근교 나들이" 어때요

입력
2002.09.18 00:00
0 0

이틀만 지나면 한가위다. 그러나 마음은 휘영청 밝지 않다. 참담한 수해 후유증으로 마음이 무거운데다 짧은 연휴로 최악의 교통대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려 했던 이들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여행 거리를 줄일 수 밖에. 차가 빠져나간 대도시는 오히려 길이 넉넉하고, 귀성과 귀경차량이 몰리는 시간대만 피한다면 가까운 교외 나들이도 가능하다. 연휴에 가 볼만한 대도시 도심과 근교의 명소를 꼽아본다.

■수도권

▶운길산 수종사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경기 남양주시, 하남시, 양평군의 북한강과 남한강변 일대. 이 곳을 통틀어 흔히 '양평'이라 부른다. 이제는 서울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흥가가 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자동차의 물결로 넘쳐나는 곳이지만 아직도 역사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대표적인 것은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水鐘寺)다.

수종사에는 지방문화재 제22호인 팔각 5층석탑과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다. 수종사의 최대 매력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맛이다. 물안개라도 피어 오르면 더할 나위없는 장관이 연출된다. 호수에서 눈을 떼고 유명산쪽을 바라봐도 장관이다. 연봉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모습에 취해 서거정, 초의선사, 이율곡, 정약용 등 조선의 출중한 인물들이 이 절에 머물렀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수종사를 품은 운길산에 오를 만하다. 해발 710m로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해 온 가족이 함께 올라도 무리가 없다. 두 개의 등산코스가 있다. 송촌리-수종사-정상-새재-고대농장을 잇는 등산길은 약 10㎞, 3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짧은 등산로는 진중리-수종사-정상-송촌리로 6㎞, 2시간 20분 거리이다.

이 곳의 도로는 귀경 행렬이 시작되면 완전히 주차장이 된다. 반드시 귀경 차량이 몰리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수종사 종무소(031)576-8411

▶홍릉수목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2동

부담없이 가족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의 숲이다. 장거리 여행만을 고집해 온 사람이 찾는다면 '서울 속에도 얼마든지 자연에 묻힐만한 곳이 있구나'라고 감탄할 것이다.

홍릉수목원은 1922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위치한 야산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1세대 수목원이다. 임업연구원의 부속 전문수목원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기 위한 시험연구림이다. 2만여 개체의 나무와 풀을 전시하고 있다.

1999년 개관한 산림과학관도 인기. 산림과학관은 지구환경을 지켜나갈 산림의 가치와 임업, 임산업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순수 우리나라 목재를 사용한 입체 트러스 형식으로 지어져 건축물 자체가 전시물이다. 모두 3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 특별전시실이 들어있다. 나무와 인간의 관계, 숲의 중요성, 임산물의 가공기술과 활용법 등 나무에 대한 기초적이면서도 무게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두 곳 모두 매주 일요일은 일반인에게, 평일에는 학생 단체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02)961-2873∼4

▶여주도요단지 /경기 여주군 북내면 일대

도자기를 빚고 굽는 모습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도자기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이다. 북내면 일대가 몽땅 도자기를 굽는 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600여개의 도자기 공장과 작가들의 작업실이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독특한 수법으로 특이한 신작을 연구하는 중견작가들이 이곳에 작업실을 많이 만들면서 예스러움이 넘치는 작품과 현대적 분위기의 도자기를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여주 민속도자기조합전시관이 가장 크다. 1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며 여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이조백자는 물론 고려청자, 생활자기, 화분류 등을 전시·판매한다.

여주는 서울 인근에서 가장 볼 것이 많은 관광지 중 하나. 신륵사 관광지(3㎞)를 비롯해 영월루(2㎞), 영릉(6㎞), 효종대왕릉(4㎞), 명성황후생가(5㎞), 목아불교박물관(8㎞)이 모두 도요단지에서 반경 10㎞ 안에 있다. 여주민속도자기조합(031)885-3937

▶감악산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간단한 차림으로 산행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이다. 흙과 바위가 어우러진 산이면서 물줄기가 웅장한 폭포와 정갈한 절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길이 비교적 험해 가족 산행으로는 적합지 않다.

해발 675m의 감악산은 바위의 색이 검은 빛과 푸른 빛을 동시에 띠고 있다고 해서 감색바위(紺岳)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주시 적성면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데 멀리서 보면 순해 보이지만 일단 산에 오르면 암봉과 낭떠러지가 이어져 있다. 그래서 가평 화악산, 개성 송악산, 과천 관악산, 포천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의 하나로 꼽혀 왔다.

정상에는 향토유적 8호로 지정된 옛비석이 서있다. 글자가 모두 닳아 보이지 않는 이 비는 생김새가 북한산의 진흥왕 순수비를 닮았다. 정상 서쪽 산자락에는 소담한 범륜사가 있고 절 아래쪽으로는 거친 소리를 내며 운계폭포가 떨어진다.

등산코스는 두 가지. 매표소가 있는 다리앞을 지나 범륜사-갈림길-정상-갈림길-운계폭포를 거쳐 다시 다리앞으로 하산하는 길(약 3시간)과 정상에 올랐다가 임꺽정굴을 거쳐 반대편 신암리로 내려가는 길(약 3시간 30분)이다. 파주시청 시민과(031)940-4181

/권오현기자 koh@hk.co.kr

■부산권

▶용궁사 /부산 기장읍 시량리

바닷가 절벽에 세워진 절이다.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나옹 혜근이 창건했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 민심이 흉흉했는데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끝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근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해 이 곳에 절을 지었다. 임진왜란때 대부분 소실됐다가 1930년대에 통도사의 운강스님이 중창했다.

동해의 용왕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어 큰 기운을 전하는 절로 알려져 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누구나 현몽을 받고 한가지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기도터이기도 하다. 특히 창건 당시 만들어진 미륵좌상석불이 미륵전에 모셔져 있는데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손을 얻는다고 해서 득남불이라고도 불린다. 비록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돌로 만든 108계단, 바다를 응시하는 약사여래불, 석등, 반월교 등 절의 모든 것이 정감이 넘친다. 부산시청 관광진흥과 (051)888-3511

▶내원사계곡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가 있는 가지산도립공원 구역에 있는 천성산 자락의 계곡이다. 원효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대중을 이끌고 이곳에서 화엄경을 설법해 1,000명 모두를 득도시켰다고 해 산이름이 천성산(千聖山)이다. 해발 812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산 아래쪽에 4㎞에 달하는 긴 계곡이 뻗어있다. 이 계곡의 아름다움이 빼어나 소금강산이라고 불리웠다.

계곡 중간 지점에 양산 지역의 큰 절인 내원사가 있어 이름이 내원사계곡이다. 또 계곡 양쪽이 절벽으로 이어진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명 병풍골이라고도 한다. 산속의 계곡으로는 꽤 넓으며 수량도 풍부하다. 흐르는 물은 각종 크고 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는 피서객들이, 가을이면 단풍인파로 붐빈다. 양산시청 문화공보실 (055)380-4091∼5

▶일광산 테마임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등산로가 폐쇄되는 산불방지기간에 시민들에게 운동·휴식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에서 일부러 만든 임도이다. 길이는 약 12.3㎞. 일정 기간에만 이용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시사철 가족 등산객이나 행락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임도 곳곳에 벗나무, 동백나무, 무궁화나무 등 테마에 따른 꽃밭과 숲을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장승, 정자, 등산안내 간판, 산행정보 등이 갖추어져 있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시원한 약수도 마련돼 있다. 3시간이면 만족스러운 산행을 할 수 있다. 연중무휴로 개방하며 입장료는 없다. 기장군청 환경녹지과(051)720-5541

■광주권

▶소쇄원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조선의 학자 소쇄 양산보(瀟灑 梁山甫·1503∼1557)가 지은 민간정원이다. 당시에 이런 정원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하기 힘들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별서정원(別墅庭園) 또는 원림(園林)으로 꼽힌다. 별서란 선비들이 세속을 떠나 은거생활을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살림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었다. 상주하는 주택이 아니어서 간소하다.

소쇄란 '맑고 깨끗하다'는 뜻. 대사헌까지 지낸 양산보는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정치의 혼탁함을 뒤로 하고 고향에 내려와 이곳에서 학문에만 정진했다. 아무 생각없이 돌아본다면 10분이면 족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발길이 멈춘다. 적절하게 놓여진 그늘 집, 깊은 계곡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앞 뜰의 폭포, 하늘을 향한 대나무숲…. 그래서 이곳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은 곳곳에서 '머무는 것'이다. 하늘을 가린 대숲에서 발길을 멈추고, 나무 그늘에서 한숨을 돌린다. 우리의 옛 건축양식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제월당, '빛과 바람을 맞는 집' 광풍각 등의 마루에 앉아 다가오는 가을을 느껴본다.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223

▶선암사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전남 도립공원 조계산(884m)에 있는 대찰이다. 조계종 다음으로 국내에서 큰 불교 종단인 태고종의 본산이다. 백제 성왕 시절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비로암 자리에 신라말 도선국사가 큰 절을 일으켰다. 한때 60여동에 달했던 대가람은 전란과 화재를 거듭 겪고 20여동으로 줄었지만 그 위엄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삼층석탑(보물 제395호)과 승선교(제400호) 등의 보물을 중심으로 깊이와 아름다움이 건재하다.

산 반대편 기슭에는 조계종 승보(僧寶)사찰인 송광사가 있다. 등을 대고 자리한 송광사가 번화한 반면 선암사는 고적하고 은근한 멋을 내뿜는다. 절다운 절이다. 특히 사하촌(寺下村) 괴목마을에서 절에 이르는 약 1.5㎞의 진입로가 아름답다. 자연이 만든 수목원이다. 각종 나무에 이름과 특징을 알리는 팻말을 친절하게 걸어 놓았다. 선암사 종무소 (061)754-5247

▶완도난대수목원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1991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유일의 난대수목원이다. 전 국토의 15%에 해당하는 난대지방의 식물을 모아놓았다.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 자생수림을 비롯해 식물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30개의 전문수목원이 있다. 전문수목원에서는 사철난, 금새우난, 약난초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800종에 가까운 난대성 희귀식물을 구경할 수 있다. 수목원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061)552-154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