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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시선집 "어느 바람"/한권으로 만나는 고은 詩 4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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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시선집 "어느 바람"/한권으로 만나는 고은 詩 44년

입력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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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람'(창작과비평사 발행)은 올해 고희를 맞은 시인 고은(사진)씨의 작품 세계를 결산하는 선집이다. 그는 44년 간 시집 29권을 간행했고, 1983년에는 2권짜리 전집도 냈다. 몇 권의 선집도 출간됐지만 90년대 이후의 시작 활동을 아우른 것은 만나기 쉽지 않다. 새 선집에는 최근 시집 '두고 온 시'까지 10여 년의 작업이 더해졌다.이시영 고형렬 김승희 안도현씨 등 시인 4명이 1차로 가려내고 평론가 백낙청씨가 최종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 150편이 수록됐다. 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백두산' 등 서사시, 장시와 '만인보' 연작은 제외했다. 백낙청씨의 발문은 고은 시의 궤적을 따라가는 길잡이가 된다. 60년대 '해연풍' 등 감각적인 시로 출발한 그의 시력은 70년대 전투적인 현실참여시로 폭발한다. '淸進洞(청진동)에서'의 어느날 저녁에 부르짖은 시. '더 필요한 滿潮(만조) 水平線(수평선)의 번개칼을 외쳐 부른다. 오라! 오라! 오라!' 80년대 시 전집을 정리하고 '백두산'과 '만인보'에 힘을 쏟으면서 시인은 자기성찰로 들어간다. 그의 시 세계의 두 축을 이룬 감수성과 사회의식이 내면의 깊이를 떠받쳤음은 물론이다. 백낙청씨는 90년대 그의 시가 큰 전환을 겪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경박한 언어 유희가 주류를 이룬 문단의 대세와 관련해서는 미묘한 긴장을 갖췄다"고 평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시인의 세계가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게 문단의 평가다. 선집의 5부는 최근 시집 '두고 온 시'에서 가려 뽑은 작품으로 꾸며졌다. '이 세상에는 더 많은 미지의 암흑이 있어야 한다/ 밤이 도둑처럼 왔다/ 별빛 아래/ 저쪽까지 밤새도록 사과밭이다'('사과꽃'에서) 시인은 최근 심청 설화에 관한 서사시를 쓰고 있다. 그는 시 '심청부(沈淸賦)' '인당수(印塘水)' 등으로 출발했으며, 심청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되, 그가 시를 짓는 원고지 위에는 44년 세월의 두께가 얹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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