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 사망자 가운데 '이은혜'를 거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이은혜는 1987년 KAL기 폭파범 김현희(金賢姬)에게 일본인화 교육을 한 인물로, 일본에서 납치된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이다. 북한은 지금껏 이은혜를 '날조된 인물'이라며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특수기관이 일본어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또 일본인의 신분을 이용해 남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납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납치 배경까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이은혜가 KAL기 폭파 임무를 맡은 김현희의 일본어 교육을 맡은 점을 인정한 것이고, 나아가 KAL기 사건을 시인한 셈이다.
미국이 KAL기 폭파사건 직후인 88년 북한을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점을 상기하면, 김 위원장의 언급이 북미관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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