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선수권서 정상에 올랐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태릉선수촌 훈련장에서 발차기 연습에 몰두하던 태권도 라이트급의 김연지(21·한국체대)의 얼굴에는 굳은 각오가 엿보였다.김연지는 태권도 가문출신이다. 1973년 제1회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서 우승했던 아버지 김철환(49·독일 거주)씨에 이어 지난해 제8회 세계선수권서 우승을 차지, 태권도 사상 첫 부녀 챔피언의 신기원을 이뤘다.
태권도 사범 해외진출 바람을 타고 독일로 진출한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익힌 김연지는 6년전 홀로 귀국, 한국체대 등에서 피나는 연습끝에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국행을 택한 동기도 한국대표선수가 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위해 태권도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고국에서 선수로 뛰는 모습을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셨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태권도는 제 삶이 됐습니다."
태권도는 아시안게임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메달밭.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남녀 각 8체급으로 모두 1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 태권도에 개최국으로서 모든 체급에 출전하는 한국은 전체급 석권을 노린다. 하지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종목인 만큼 부담도 크다. 한국과 세계 각국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져 종주국 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김연지의 얼굴에는 잔뜩 긴장감이 배어있다.
더구나 두 달 전 연습을 하다가 허벅지와 허리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주특기인 오른발차기의 위력이 떨어진 것도 걱정거리. 때문에 개막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컨디션 유지에 신경을 쓰느라 연습량도 부족한 편이다.
"대만, 중국선수들의 기량이 아주 좋아져 거센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있어요. 큰 욕심부리지 않고 평소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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