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주식시장이 지수 700포인트를 마지노선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700선을 위협하며 급락했던 증시는 17일 이라크의 전격적인 무기사찰 수용 소식에 힘입어 다시 급등, 700선 붕괴 위기를 넘겼다. 지수 700선이 지켜진 것은 올들어 5번째.
하지만 걸프만의 전운(戰雲)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어서 투자자들은 한가위를 고비로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 금리 인상시기, 이라크전 발발여부, 반도체 가격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들이 뒤얽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후세인 효과' 증시급반등
이날 서울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에서 벗어나 22.42포인트 오르며 3일 만에 720선을 회복했다.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회복됐다. 반도체 '나노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4.42% 급등한 34만2,000원으로 마감, 2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이번주 초 주식을 내다팔았던 외국인들도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도 그동안 낙폭이 컸던 업종 대표주들이 대거 상승하며 지수 55선을 담숨에 회복했다.
▶700지키기 5번째
올들어 증시가 하락 추세로 접어든 6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지지선으로 반등한 것은 6월26일과 7월26일, 8월6일과 이달 9일 등 5차례. 7월 말 지수 700선이 일시 무너졌다가도 이내 반등했다. 동원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지수가 700선 언저리로 하락하면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돼 매수세가 몰린다"며 "지수 700이 바닥이라는 신뢰성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도 "수급여건으로 볼 때 외국인의 선물 매도포지션 정리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 가능성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우려는 그만큼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추석 이후도 지루한 횡보 전망
그렇다고 지수 '700 사수'가 본격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팀장은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으로 미국이 공격의 명분을 쌓는데 시간이 걸리게 됐다"면서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될 뿐 추석 이후에도 전쟁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아있어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도 "700선 지지는 결코 낙관할 수 없으며 추가하락 가능성도 언제든 남아있다"며 "3분기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미국 증시를 압박하고 있고, 내수 소비주마저 모멘텀 약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보수적 투자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동부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과거 통계를 보면 추석 전후 주가 흐름은 다음해의 경제 상황을 미리 반영한다"며 "앞으로 증시는 2003년 경기 전망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적이 우량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싼 값에 조금씩 사들여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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