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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관계법 서둘러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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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관계법 서둘러 개정을

입력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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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치의 암적 존재로 지적되어 왔던 음성자금에 의존한 돈 선거 근절을 위해 정치관계법개정 의견을 제출하였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선거공영제를 확대하는 대신 정치자금 계좌의 단일화와 수표사용 및 기부자 공개를 통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이 개정 의견은 그간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온 바를 폭 넓게 수용한 것으로, 어느 정당이나 국가기관이 제시한 안보다도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개정의견에 대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지지 의견은 찾기 어렵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높을 뿐이다.

가장 극렬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곳은 민노당과 사회당 등 군소정당이다. 기탁금의 과도한 인상과 미디어선거에서의 제외가 그들의 존립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자금의 공개를 꺼리는 기성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주장해 왔던 시민단체 역시 진보계열 군소정당과의 심정적 연대 관계 때문에 섣불리 지지입장을 표명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정치관계법의 개정은 더 이상의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대선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야무야 되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 아래에서는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선거자금에 관한 불법시비가 불거져 국정운영이 어려워지는 과거 정권의 전철을 되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 개정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얼마든지 문제조항을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몇 조항에 대한 이견을 핑계로 정치개혁 입법 전체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먼저 가장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탁금문제는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기탁금제도를 두고 있는 다른 나라의 예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러한 제도를 두고 있는 경우에도 1년 급여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정 의견에 제시된 20억원은 물론이고 현재의 5억원도 분명 과도하다. 따라서 당원이 내는 소중한 작은 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정경유착에 의해 큰돈을 만지는 정당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후보자 연설회가 그간 돈 선거의 주범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동원선거에서 미디어선거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정당·후보자 연설회의 일괄적인 폐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 역시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하는데, 선거공영제의 대상이 되는 정당들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미디어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는 대신 정당·후보자 연설회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고지원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국고지원을 거부하는 정당들에 대해서는 정당·후보자 연설회를 허용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정치활동의 자유를 일괄적으로 국가가 박탈하는 모양을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디어선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군소정당이 유권자를 접촉하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 말살되는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원내정당형의 미국식 정당제도와 대중정당형의 유럽식 정당제도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의 문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유권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상당수 존재함을 감안 할 때, 합의가 어려운 정당법 개정 문제는 남겨두고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을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의 고비용 정치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부패척결은 있을 수 없다.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어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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